포스텍을 수석으로 입학ㆍ졸업하고 대통령 과학 장학생으로까지 선발됐던 여학생이 서울대 의대에 편입한 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의 진로 선택 문제임을 잠시 논외로 한다면 역시 이공계 기피와 관련된 상징적인 사건으로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서울대 공대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가 늘어나고 지난해 한 학년 정원이 50명인 서울대 생명공학부에서 30여명이 의학대학원 진학 시험을 보았다는 등의 통계는 이공계 기피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재가 필요치 않은 분야는 없겠지만 이공계는 한국 경제의 앞날에 사활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W 이론'으로 유명한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는 2년 여 전"이공계 교육의 위기를 얘기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공계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기다. 살고 싶으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죽고 싶으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그냥 놔두면 된다"고 일갈한 바 있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한국은 이제 독창적 기술과 제품 개발에 전력 투구하지 않으면 앞서가는 미국, 일본과 뒤따라오는 중국, 인도 사이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신세다. 흐르는 강물에서 노를 젓지 않고 가만히 앉았다가 순식간에 뒤로 떠내려가는 형국이 될 것이다.
외국 기술을 잽싸게 베껴먹는 시대는 지났고 저임금과 생산성 향상으로 버티던 시절은 옛날 얘기다. 남이 하지 못하는 기술을 개발해 정면승부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오죽하면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같은 이까지 "인력이야말로 지식경제 시대의 핵심 요소인 만큼 이공계 전문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수학, 과학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하다"고 촉구했을까.
그 동안 정부가 이공계 우대를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붓고 배려해왔지만 그런 정도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산업계도 연구인력 부족만 탓하지 말고 과감하게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과학기술 분야에 창조적인 두뇌가 절실한 때다. 그 여학생은 비전이 없었다고 진로 변경의 동기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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