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오후 2시30분), 다산ㆍ동의부대가 주둔중인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기지 정문 앞은 삼엄했다. 전날 이 기지를 방문한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하룻밤을 보낸 뒤 기지 내에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지경계 담당 미군들은 요인 경호를 위해 겹겹의 경계망을 펼쳤다.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됐다.
바그람 기지에 주둔하면서 인도적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동의와 다산부대도 이날은 외부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부대 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상적인 부대유지 활동에만 전념했다. 외부활동에 나섰다가는 요인과 관련한 테러 등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공병을 담당하는 다산부대는 아프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부대 내에 마련한 기술교육센터는 현지인들의 큰 인기를 얻고있어 하루도 교육을 중단할 경우 원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도 8명의 현지인이 다산부대 센터에서 건설기술 교육을 받기 위해 바그람 기지를 방문키로 돼 있었다. 평소처럼 이들을 인솔해 센터까지 안내하기 위해 다산부대의 통역병인 윤장호(27) 병장은 교육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직전부터 부대 행정보급관과 함께 위병소에서 기다렸다.
거의 동시에 위병소에 도착한 8명 가운데 6명은 신원확인 절차가 바로 끝나 행정보급관의 인솔로 기지로 들어갔다. 하지만 2명은 출입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윤 병장이 위병소의 헌병들을 상대로 신원확인 등 출입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대신 밟아 줄 수밖에 없었다.
미군 헌병들로부터 출입 협조를 구하는 데는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요인의 방문으로 출입조치가 엄격해졌다는 점은 이해하면서도 윤 병장은 마음이 급했다. 시간은 어느덧 10시20분이 됐다. 센터교육은 시작됐을 터이고 현지인 2명의 교육은 이미 늦어졌기 때문이다.
기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3개의 검문소 중 제1검문소 근처의 위병소가 갑자기 소란스러워 진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위병소 주변에는 바그람 기지를 방문하기 위한 현지인들로 붐볐는데 현지인 가운데 섞여있던 정체불명의 테러범이 자신의 몸에 장착하고 있던 폭탄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발생한 폭발은 2번의 폭발음을 남기고 위병소 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위병소 주변에 몰려있던 현지인들은 파편을 맞고 곳곳에 쓰러져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다산부대를 방문하려던 현지인들도 폭발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옆에는 직전까지 이들의 출입조치를 위해 미군 헌병에게 협조를 구하던 윤 병장도 쓰러져 있었다.
폭발 직후 미군측은 구호병들을 현장으로 급파해 사고를 수습하고 사상자들을 부대 영내 미군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현지인 30여명 및 미군 1명과 함께 병원으로 후송된 윤 병장은 그러나 2시간 20분만인 낮 12시40분 최종 사망이 확인됐다. 결국 그는 귀국 예정일(4월3일)을 한 달여 남겨 두고 이국 땅 영안실에 안치됐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