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파병 중인 다산부대 윤장호(27) 병장이 자살폭탄 테러로 희생됨에 따라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한국군 부대의 파병 연장이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해외파병 한국군의 안전문제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 파병연장을 둘러싼 찬반 논쟁도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테러가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미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 반미단체들이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에서 다국적군으로 활동 중인 한국군의 파병 연장에 강력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주요 시민단체들은 27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해외에 파견된 우리 병력을 즉각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미 정부는 최근 테러가 발생한 다산부대와 동의부대 등 아프가니스탄의 한국군에 대해 지방재건(Provincial Reconstruction) 활동에 계속 참여할지 여부를 물어온 상태다. 사실상 파병연장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추가 연장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국회 동의를 얻어 파병이 1년 연장된 다산ㆍ동의부대는 올해 말 철군 예정인데, 국내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또다시 국회 동의를 얻는 것은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두 달에 한번 꼴로 미군기지 인근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날 만큼 정정이 극도로 불안하다. 이런 현지 분위기만으로도 파병 연장이 쉽지 않았는데 한국군의 피해까지 현실화했으니 상황은 더욱 나빠진 셈이다.
미 정부가 사실상 장기주둔을 요구하는 이라크의 자이툰부대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지난해 말 열린우리당 상당수 의원과 민주노동당의 반발 속에 자이툰부대 파병 1년 연장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연내 철군계획서를 수립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연장을 동의해 준 것이다. 결국 이번 테러로 올해 말 재연장은 불가능해 보인다.
분위기가 이렇게 된다면 레바논 지역 등에 한국군 부대를 파견하기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합참은 7월께 레바논 티르지역에 유엔평화유지군(PKO) 350명을 파병할 계획이다. 한국군은 레바논에서 책임지역에 대한 감시ㆍ정찰, 주보급로 통제, 군수기지 건설, 경계 등 비교적 위험이 높은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부분의 반전ㆍ진보 단체들은 “이번 사건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파병 결정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며 해외파병 군 병력의 즉각 철수를 촉구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유영재 사무처장은 “우리 병사가 죽었는데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전투병까지 파병하라며 패권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파병을 즉각 중단하고 조기 철군하는 길만이 의미 없는 희생을 막고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이태우 합동사무처장도 “아프간 파병은 공병ㆍ의료 등 인도적 지원이 주목적이었는데도 미국의 대테러 전쟁 지원 명목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며 “정부의 무리한 파병이 명령을 따른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희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기 철군이나 섣부른 반전운동으로 확산돼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서정갑 육해공군대령연합회 회장은 “유가족에겐 위로의 말씀을 전하지만 자유와 평화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테러로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면 국제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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