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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수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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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수의 무덤

입력
2007.03.0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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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고고학자가 예루살렘에서 예수의 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을 발견한다. 고고학자이면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늙은 신부는 이 무덤을 조사한 뒤 결국은 투신자살하고 만다.

시신의 허리에 창으로 찔린 자국이 있고 손과 발에 못을 박았던 구멍이 있으며 머리에는 면류관에 찔린 흔적이 보이는 등, 모든 증거가 하나같이 관 속의 인물이 예수임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신부는 예수가 부활하지 않고 그냥 죽었다는 물증 앞에 신앙의 흔들림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 젊은 신부 구티에레스는 교황청의 밀명을 받고 현지에 파견된다. 밀명이란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라는 것이었지만, 기실은 어떤 식으로든 그 무덤이 예수의 무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라는 암시였다.

그는 늙은 신부와 마찬가지로 차츰 이 무덤이 예수의 무덤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 여성 고고학자는 무신론자여서 자신의 발견에 대해 심적인 부담이 별로 없지만, 구티에레스 신부는 신앙의 기초를 단박에 허물어버릴 만한 사건을 맡고서 고뇌한다. 그러던 중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폭탄을 던지는 바람에 무덤은 무너지고 만다.

■ 이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구티에레스 신부 역으로 나오는 2000년 작 미국 영화 <더 바디(시신)> 의 줄거리다. 유명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해 4일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예수의 사라진 무덤> 내용과 흡사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예수의 시신이 1980년 예루살렘에서 발견된 가족묘에 묻혀 있다는 내용이다. 관에는 '요셉의 아들 예수' '요셉' '마리아' 등의 이름이 적혀 있어 성서에 나오는 예수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더 바디> 에서는 다행히(?) 마지막 장면에 무너진 석굴 뒤편에서 기원후 2세기에 다른 가문에서 만든 가족묘임을 말해주는 비문이 나온다.

■ 반면 이 다큐멘터리는 결정적인 증거 부족으로 호기심과 논란만 부채질할 것 같다. 종교에 대한 과학의 의문 제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차제에 신앙인이나 종교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분들에게, 고린도 전서 13장에서 사도 바울이 한 말을 새겨 보도록 권하고 싶다.

"내가 사람의 모든 말과 천사의 말을 할 수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이나 요란한 꽹과리일 뿐입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을지라도,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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