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동자(三尺童子)는 키가 석자 정도 되는 어린 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한자가 약 30㎝이니 1m가 채 안 된다. 이 정도 키면 연령으로 4~5세에 해당하는 아이다.
삼척동자라고 하면 흔히 철 모르는 아이, 또는 아이처럼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흔히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라고 할 때는 당연하고 뻔한 세상 이치를 표현한다. 그러나 다섯 살 된 아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일까.
■ 발달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한 살 된 아기는 기껏해야 몇 단어를 알지만 세 살이 되면 간단한 문장을 말할 수 있다. 또 한 살 때는 노래도 몇 가지의 음조로만 하지만 세 살 된 아이는 자기가 들은 노래의 고저를 비슷하게 모방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다섯 살이 되면 아이들은 정교하고 문법적으로 거의 완전한 문장으로 간단한 상황, 농담,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한 살 때 선과 점을 그리던 아이는 세 살이 되면 꽃과 태양을 표현할 수 있고, 다섯 살이 되면 제법 그럴 듯한 풍경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다섯 살짜리의 정신능력과 마음에 흥미를 갖고 집중 연구를 기울였다. 다섯 살 된 아이는 마음이 채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양육을 통해 배우기 시작하고 학문적인 훈련을 하게 되면서 상당한 지적 토대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그는 알아냈다.
그리고 그의 결론은 다섯 살이 되면 한마디로 가능성의 정상에 서 있다는 것이다. 5세와 그 이전을 구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성은 말이나 그림과 같은 상징 체계를 통해 사람과 사물에 대해 강력한 이해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다섯 살 된 삼척동자를 어른의 눈 높이로 철부지라고 해선 안 될 일이다.
■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라는 표현에는 동자의 이해력을 과소평가하는 뜻이 실려 있지만 삼척쯤 되는 동자는 그 정도의 일은 이미 알 만한 상태에 도달해 있음을 가드너는 말하고 있다. 지지도의 합이 70%가 넘는 유력 대선 주자가 몰린 한나라당에 갈수록 시끄러운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라는 막말에 기껏 산업화 세력이니, 민주화 세력이니 하는 유치한 논쟁이다. 자잘한 논쟁으로 지지도만 즐기다가는 그 지지자들이 어느 순간에 비토 집단으로 급전할 수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정치에 웬만한 이력이 붙은 한국 유권자들로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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