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게 절체절명의 승부처다.
6월에 후보경선을 치르게 돼 있는 현행 규정 대로라면 4월에는 경선에 나설 후보의 등록이 실시된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상당한 만큼 경선이 늦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후보 등록은 4월에 실시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주자들은 4월부터 이탈이 불가능한 경선 궤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제 후보 등록까지 한달 여의 시간 동안 주자들은 최대한 몸값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본격 레이스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세론을 더 확산시켜 판세를 사실상 결정지은 후 스타트라인에 서고 싶어한다. 뒤쫓는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전 시장과의 접전구도로 출발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손학규 전 지사에겐 정말 마지막 기회다. 30일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의 선택은 다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이명박 "제주부터 북상" 경선지역 대장정 시작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일부터 민심잡기 전국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날 제주를 기점으로 영ㆍ호남과 충청, 경기ㆍ강원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북상전략’이다. 한달간 전국을 구석구석 훑으며 일반 유권자 및 당 관계자들과의 스킨십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는 당 대선후보 경선이 실시되는 첫번째 지역이다. 그래서 이 전 시장이 경선지역을 순서대로 사전 답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4ㆍ3 평화공원에서 참배한 뒤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과 제주민속 5일장 장터 및 장애인 복지회관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불사했다. 도당 관계자들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당의 단합도 강조했다.
한 측근은 “둘째주는 영남과 호남, 셋째주는 충청과 강원, 넷째주는 경기와 서울을 돌아보는 일정”이라며 “방문지마다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는 어젠다를 제시하고, 현지 당내외 인사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에게는 지역 발전 공약으로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당원들에게는 단합을 강조하면서 지지율을 다지는 양동 작전인 셈이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손학규 전 경기자사의 자신에 대한 공세에 대해 “선의의 경쟁에서 나오는 것으로 본다”며 대응을 피했고, 경선 룰 등을 둘러싼 대선주자간 신경전에 대해선 “(신경전이) 너무 지나쳐서 당 전체에 훼손을 주면 안되지만 어느 정도까지 경쟁하는 과정을 거쳐야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여유를 보였다.
그는 이와 함께 제주 출신의 주자인 원희룡 의원에 대해 “차세대 지도자로서 여러 조건을 갖춘 훌륭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 박근혜 3·4월 총력전 "민심투어 한달간 계속"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3월 들어 외형상으로는 잠행중이다. 1일에는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고, 2일에도 고(故) 윤장호 하사의 빈소가 마련된 분당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조문하는 것 외에는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정중동이다. 어느 때보다 잰 걸음 행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대외적 활동만 안 했다 뿐이지 1,2일 당 소속 의원들이나 각종 시민사회단체, 이익단체 인사들을 잇따라 만났다. 한 측근은 최근 박 전 대표의 결기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경선시기와 관련, 한 측근이 유불리를 따지면서 9월을 거듭 주장하자 박 전 대표는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6월에 이길 수 없다면 9월에는 이길 수 있나요?”3,4월에 총력을 쏟아 부어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지난달 27,28일 있었던 전남지역 정책 투어는 앞으로 있을 박 전 대표의 3월 행보를 미리 보여줬다. 분 단위로 시간계획을 짜 전남의 8개 시ㆍ군을 훑으며 대중들과 악수했고, 매끼니 대의원과 당원들을 만났다. 수행원들이 “숨이 차서 못 따라가겠다”고 할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한 측근은 “2005년 4월의 영천 재보선,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대전 유세가 생각날 정도였다”고 했다.
3월은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게 절체절명의 승부처다.
6월에 후보경선을 치르게 돼 있는 현행 규정 대로라면 4월에는 경선에 나설 후보의 등록이 실시된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상당한 만큼 경선이 늦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후보 등록은 4월에 실시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주자들은 4월부터 이탈이 불가능한 경선 궤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제 후보 등록까지 한달 여의 시간 동안 주자들은 최대한 몸값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본격 레이스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세론을 더 확산시켜 판세를 사실상 결정지은 후 스타트라인에 서고 싶어한다. 뒤쫓는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전 시장과의 접전구도로 출발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손학규 전 지사에겐 정말 마지막 기회다. 30일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의 선택은 다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 같은 민심 투어가 ‘정책 탐사, 국민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한달여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4일에는 부산을 찾는다. 7일부터는 2박3일 일정으로 전북과 충남 지역을 찾아 공단과 시장을 찾아 유권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강원 경북 경남 순으로 숨가쁜 일정이 잡힐 예정이다.
누구보다 대중성에서 특장점을 가진 박 전 대표는 3월 승부의 키가 대중 속에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 손학규 "경선 룰 바꾸자… 李·朴합의는 담합"
"이번에 정치 생명을 전부 걸겠다. 그 이후에 대해선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며칠 전 캠프 참모진 회의 때 이 같은 말로 총력전을 주문했다. "차차기 도전설 등을 일축하고 3, 4월까지 승부를 보겠다는 굳은 의지"라고 한 측근은 설명했다.
우선 경선 룰을 바꾸는 게 손 전 지사의 지상 과제다. "시기를 늦추고 일반국민 참여 비율을 최대한 늘리지 못하면 승산이 제로나 마찬가지"라는 위기감이 캠프에 팽배하다. 손 전 지사는 이미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손 전 지사는 2일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 경선 룰 합의는 담합"이라며 "반 노무현 감정에 따른 착각과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대세론을 경계했다.
손 전 지사는 당분간 경선 룰 변경을 위해 다른 주자와 당을 압박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한 측근은 "지방 다니면서 특강, 시찰 같은 일정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했다.
'이명박 전 시장 거품 걷어내기'도 중요한 이슈다. 손 전 지사가 최근 이 전 시장을 공격하는 것은 단순한 1등 때리기 차원이 아니다.
한 측근은 "손 전 지사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개혁적 후보로 자신이 아닌 이 전 시장이 꼽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실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전 시장에 쏠려 있는 유권자를 끌어 와 두 자릿수 지지도를 만드는 발판을 삼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과 겹치는 '30, 40대 화이트 칼라에 수도권의 중도ㆍ개혁 성향 유권자'가 주요 타깃이다. 최근 전향적 대북관을 제시하고 서민 및 교육 정책을 한창 다듬고 있는 것은 이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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