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신분사회 마이너리티들의 삶 / 최기숙 지음
조선 후기 문인이 쓴 전(傳) 가운데 중인, 평민, 천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을 모아 우리 말로 옮긴 뒤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보탰다. 전은 사람의 행적을 기록하고 거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이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신분이 낮고 천한 사람들이다.
집도 없고 가족도 없는 거지, 재능은 뛰어나지만 천민으로 취급받던 장인, 타고난 기질대로 살아 미치광이 소리를 들은 화가, 요절한 천재 시인, 의로운 싸움꾼, 거리의 방탕아, 독학으로 명의가 된 사내, 부모 양 쪽의 성을 함께 쓴 할아버지, 유괴된 소년 등…사대부 문인과 달리 타고난 지위와 명예가 없었지만 학식이나 문장, 인품에서는 사대부 못지않은 이가 적지 않다.
천한 신분으로 엄한 신분제 사회에서 살던 이들을 저자는 조선시대의 마이너리티로 부른다. 서해문집ㆍ327쪽ㆍ1만1,900원
▲ 장기려, 그 사람 / 지강유철 지음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의 생애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1911~1995) 선생의 생애를 담은 평전. 알려진 이력 외에 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한다. 책이 요약한 장기려는 ‘이면과 표면의 경계를 허문 사람’. 의료사고가 나면 경찰서에 달려가 과오를 인정할 정도로, 감출 것 없는 사람이었다.
구걸 온 거지와 겸상하고 입고 나간 코트를 벗어주었으며 봉사를 하더라도 실력이 있어야 한다며 평생 공부에 열중했다.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다른 사람을 믿었지만, 김일성대학 재직 시절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남한에서는 3선 개헌에 반대하고 전두환의 저녁 식사를 거절하는 배짱도 보였다.
아내와 6남매를 두었으나 한국전쟁 당시 둘째 아들만 데리고 월남한 뒤 가족을 그리워하며 독신으로 살았다. 그의 삶은 지금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홍성사ㆍ576쪽ㆍ2만원
▲ 섹슈얼리티의 진화 / 도널드 시먼스 지음
유전자 보존을 위한 부투로서의 性
성과 관련한 행동과 태도, 감정에서 나타나는 남녀간의 차이가 생래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이 말하는 남녀간의 차이는 ▦이성을 놓고 벌이는 동성간의 경쟁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치열하고 ▦남성이 일부다처를 선호하는 데 비해 여성은 일처다부 성향이 약하며 ▦배우자에 대한 성적 질투심은 남성이 훨씬 강렬하고 ▦남성은 많은 성 파트너를 가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등이다.
책은 이런 현상이 어린 시절에 받은 훈련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환경결정론자의 시각과 정반대다. 저자와 같은 진화심리학자들은 유전자 선택이론 즉 생물이 유전자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하려고 분투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남녀의 성행동 전략도 그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성에 관한 진화심리학 논의의 이정표가 된 책이다. 김성한 옮김. 한길사ㆍ555쪽ㆍ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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