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현지 시간) 뉴욕 증시 마감 후 워렌 버핏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발표했다.
버핏은 매년 이 서한을 통해 지난해의 투자실적과 올해 투자계획은 물론 지분을 많이 사들인 일부 기업들의 현황도 밝힌다. 올해 서한에서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포스코의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량은 348만6,006주(지분율 4.0%).
이 소식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오전 9시50분께. '가치투자의 대가''오마하의 현인'등으로 불리며 세계 주식투자자들의 추앙을 받는 그의 이 한 마디에 국내 증시가 즉각 반응한 건 당연했다.
장 시작 후 약세를 보이며 5일째 흘러내리던 포스코 주가는 9시55분 34만7,000원 수준에서부터 10시20분께 36만5,000원까지 급등했다. 시가총액 2위인 굴뚝 대장주로,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포스코의 주가가 30분 만에 5%나 뛴 것이다.
포스코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KOSPI)에도 영향을 줬다. 포스코 주가가 요동친 30분 사이 코스피 역시 1,408에서 1,412까지 상승했다. 이날 하루 코스피에 대한 포스코의 상승기여도는 2.0포인트. 이건웅 대우증권 연구원은 "만일 포스코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코스피가 2포인트 정도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는 포스코의 선전 등에 힘입어 장중 상승세로 방향을 잡았다가 장 후반 프로그램 순매도가 급증하면서 2.87포인트(0.2%) 떨어진 1,414.47로 마감했다.
포스코 주가의 급등보다 의미있는 것은 장기투자의 대명사인 버핏이 한국 대표주를 매입함으로써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촉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버핏의 포스코 투자는 '저평가 우량주에 대한 장기 분할 투자'라는 지극히 단순한 투자전략의 승리다.
증권가에서는 버핏이 밝힌 포스코 평균 매입 단가가 15만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2002년이나 2003년부터 장기 분할 매수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포스코 투자로 135.3%(2일 종가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7억7,400만 달러(약 7,300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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