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한 탈레반 세력들이 “타깃은 딕 체니 미 부통령이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체니 부통령 관련 정보가 어떻게 그들에게 흘러 들어갔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탈레반, 또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연합세력은 체니 부통령이 아프간 방문 전 파키스탄에 들렀을 때부터 그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자살폭탄 테러 준비에 통상 2~3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체니 부통령은 파키스탄에 4시간여 동안 머물렀으나 미측은 이 같은 사실을 체니 부통령이 파키스탄을 떠날 때까지 비밀로 했다.
때문에 체니 부통령을 태운 ‘에어포스 투’의 이슬라마바드 도착 및 출발과 바그람 공군기지로의 이동 정보가 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보안 사건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보다 온정적 태도를 보여온 파키스탄 군 및 정보당국에 탈레반 요원이 침투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는 배경이다.
특히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준동하고 있는 탈레반 세력들은 이미‘춘계 대공세’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정보 네트워크’는 어느 때보다도 강화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체니 부통령이 바그람 기지에 도착한 이후에는 오히려 미측 보안 강도가 느슨해졌다는 점도 탈레반 공격에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체니 부통령은 도착 직후 카불로 이동,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눈보라 때문에 기지 내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고 이 같은 사실은 보안이 유지되지 못한 채 언론에 노출됐다.
체니 부통령이 기지 내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공개된 정보였던 셈이다. 이것이 자살폭탄 공격의 직접적 계기였다면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탈레반 세력의 기민성이다.
탈레반 세력이 불과 몇 시간 내에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 세력들이 바그람 기지에서 50km도 떨어져 있는 않은 카불에 ‘세포 조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활용해 자살공격을 재빠르게 조직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