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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병마와 사투 김예솔양 서울대 미대 '당찬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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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병마와 사투 김예솔양 서울대 미대 '당찬 입학식'

입력
2007.03.0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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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 할 산은 높고 이겨내야 할 장애물은 아직도 너무 많아 보였다.

그러나 2일 만난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신입생 김예솔(19ㆍ여)양은 “해 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웃음에는 다섯 살 때부터 자신을 주저앉게 만든 희귀병(횡척수염)과 14년 가까이 싸워 이겨낸 자신감이 짙게 묻어 있었다. 실제 그는 휠체어에 의지해 학교 공부와 미술 두 가지 모두 멋지게 해냈다.

김양은 1급 장애인임에도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장애인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지원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이날 입학식을 마치고 기숙사 방에서 수강 신청 내용을 바꾸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양의 옷가지를 챙기는 외할머니 신원순(74)씨와 어머니 이정자(49)씨를 뒤로 하고 아버지 김수광(50)씨와 방을 나섰다.

아버지는 “큰 일을 해낸 딸이 대견하다”며 흐뭇해 했다. 그러면서도 만감이 교차했다. 김씨는 1993년 4월 20일 아내한테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예솔이가 갑자기 주저앉더니 일어서지 못한다”는 말에 하늘이 노래졌다. 고향 전북 익산의 병원은 물론 서울대까지 와서 이유를 찾았지만 “알 수 없다.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었다.

2년 동안 애썼지만 치료는 포기한 채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딸을 초등학교에 보냈다. 그 때부터 딸의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손과 발이 돼주었다. 딸을 두고 익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김씨는 “학교에서 장애인 버스를 대주고 도우미도 배정해준다지만 대부분 혼자 다녀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합격 통보를 받고 학교 관계자와 강의실, 식당, 기숙사 등을 둘러봤다”며 “그 때는 화장실이나 샤워실 등 시설이 좋은 새 기숙사를 쓸 수 있게 해보겠다고 했는데 구 기숙사에 배정돼 아쉽다”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예솔이가 주로 수업을 들을 강의동은 최근에 지어졌는데도 장애인 화장실, 엘리베이터가 없어 놀랐다”며 “다른 학생들이 휠체어를 들어서 옮겨줘야 할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정작 당사자인 김양은 “괜찮다”며 덤덤해 했다. 김양은 총장님께 사정을 말씀 드렸더니 “최대한 도와주겠다”는 답장을 보내주셨다”며 “처음에는 좀 힘들겠지만 차츰 좋아지겠죠”라고 했다.

“대학 새내기로서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그는 사진 동아리에 가입하고 밴드에서 노래도 부르고 싶다. “물론 남자친구 만드는 게 제일 급한 일이죠”라며 쑥쓰러워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새내기였다.

그의 꿈은 유니버설 디자이너다. 지금까지 일반인만을 위해 이뤄졌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장애인은 물론 노인, 어린이, 키가 너무 크거나 작은 사람 등에게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학부 과정을 끝내면 미국이나 일본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계획도 일찌감치 세워 놓았다. 김양은 “어차피 부딪혀 이겨내야 하는 거라면 신나게 해낼 것”이라며 “부모님과 친구들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멋진 대학생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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