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뿌연 먼지를 내뿜으며 굴착기가 부지런히 흙을 파내 트럭에 싣는다. 다른 한쪽에선 인부들이 배수관 파이프를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잠실구장 외야석 꼭대기에서 본 공사 현장은 새 구장의 윤곽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메카’ 잠실구장이 마침내 낡은 옷을 벗어 던졌다. 지난 2일부터 지하 1.2m까지 땅파기를 시작해 1단계 작업을 끝냈고, 현재 부채꼴 모양으로 배수관을 설치 중이다. 잔디 이식은 덕아웃과 불펜 공사가 마무리되는 3월20일부터 시작된다.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총 15억원 가까이 투입한 이번 공사는 덕아웃과 불펜 손질은 물론 잔디와 흙까지 전면 교체하는 대대적인 규모다. 이렇게 큰 공사를 하는 건 1982년 준공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Red & Green
잔디는 켄터키블루글라스 종을, 지표면의 흙은 레드샌드를 깐다. 기존의 금잔디는 추위에 약해 8월이 지나면 색이 바래고, 초록도 늦게 올라왔다. 하지만 문학과 사직구장에서도 사용되는 양잔디인 켄터키블루글라스는 추위에 강해 푸른 색이 유지되고, 억세지도 않아 플레이가 한결 편하다.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레드샌드의 국내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드샌드는 모래를 구운 것으로 배수가 잘 되고 부드러워 수비시 불규칙 바운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광석분처럼 먼지 날림 현상도 없다. 이운호 잠실구장 운영본부장은 “배수 성능과 잔디 생육이 좋아지고, 지표면의 굴곡 현상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상에서 반지하로
덕아웃이 넓어진다. 기존 덕아웃에 추가로 60㎝ 깊이의 반지하형 45㎡ 공간이 확보돼 선수들의 불편을 해소한다. 특히 반지하 덕아웃은 포수 미트와 눈높이를 맞춰 투수의 구위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불펜 풍경도 바뀐다. 기존의 불펜은 그라운드에 노출돼 있어 파울볼로 인한 부상 위험을 막기 위해 투수 중 한 명이 글러브를 끼고 ‘지킴이’로 나서야 했다. 하지만 이번 공사에선 지하 80㎝ 깊이의 반지하로 만든 뒤 그라운드쪽에 150㎝ 높이의 안전펜스를 설치해 산만함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였다.
가족 팬들을 위한 배려
‘하드웨어’ 뿐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변화의 테마는 ‘가족’이다. 먼저 가족석이 신설된다. 중앙 지정석 양 옆에 마련된 테이블석에서 가족들이 함께 오순도순 앉아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또 어린 아이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어머니들을 위해 2층에는 수유실이 마련된다. 한편 복도의 TV도 42인치 PDP로 교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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