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열린우리당을 공식 탈당했다.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 대통령은 "차기 선거에서 여당 후보에게 도움이 될 만큼 국민의 지지가 높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또 대통령의 탈당이 책임정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열린우리당의 성공을 바란다고 했다.
탈당은 잘못된 일이지만 당의 선거를 돕기 위해 탈당한다는 말이다. 기왕에 불가피한 탈당이라면 대통령직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다짐이 당연히 따라주어야 할 텐데, 그런 의지는 전혀 없다.
탈당은 당을 위하기보다는 대통령직을 위한 것이어야 했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데 진력하는 것이 대통령직의 도리가 아닌가 하는데,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당적을 버리는 행위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게 된다는 것으로 보는 게 쉬운 상식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구태여 이를 부정했다. "야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를 위해 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선진 어느 나라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하고 있는가"라고도 했다.
그러나 선진 국가들의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같은 이유로 탈당하는 일도 없거니와, 어느 날 당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는 일을 뚝딱뚝딱 해치우지도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에게 성의를 보이려면 노 대통령은 탈당을 초당적 국정 운영의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당적을 버려 놓고 정파적 이해는 계속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책임정치를 호도하고 희석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탈당한 노 대통령이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의 문제다. 마치 야당이 부당한 요구를 한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그것은 야당의 요구 이전에 정치 도의나 명분 상으로, 또 논리적으로도 당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국정 운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뜻대로 하려할 경우에도 중립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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