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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설치예술가 윤영석 개인전 '3.5차원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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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설치예술가 윤영석 개인전 '3.5차원의 영역'

입력
2007.03.0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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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조각가 맞나. 아니, 이 다양한 작품들이 한 사람의 것일까.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윤영석(51ㆍ경원대 교수) 개인전 <3.5 차원의 영역>을 둘러보면 그런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조각으로 출발했지만 1994년 독일 유학 이후 개념적인 설치, 비디오 작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0/2001 뉴욕 P.S.I. 미술관의 입주 작가 프로그램 참가 이후 6년 만인 이번 개인전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신소재 ‘렌티큘러’ 를 사용한 작업을 추가해 더 다양해졌다.

렌티큘러는 신기하다. 굵은 실 굵기의 이 투명 원통으로 평면을 덮으면 고정된 이미지가 관객의 동작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어? 이거 사진인데, 눈동자가 굴러가네! 눈꺼풀도 천천히 열렸다 닫혔다 하고! 이번 전시작 중 하나인 <시시각각 (視時角覺)> 앞을 지나면서 관객들은 신기해 한다. 동시에 인간의 시각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깨닫게 된다.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의 발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농구공이 통통 튀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도 볼 수 있다.

이 작가가 말하는 ‘3.5 차원’은 입체공간인 3차원과, 거기에 시간이 통합된 4차원 사이 가상의 영역이다. 그것은 동일한 사물이라도 시차를 두고 보면 달리 느끼게 됨을 깨닫는 순간이자, 무한히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재어 보려는 인간의 노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기도 하다. 이처럼 불완전한 감각과 실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생명 복제를 꿈꾸는 인간의 야심에 대한 비판적 연민을 반영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90년대 초기작부터 렌티큘러 근작까지 평면 작업ㆍ조각ㆍ영상 등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로댕갤러리 입구, 유리로 된 파빌리온에는 당구 큐대를 잡은 거대한 손 조각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 가 놓여 있다. 아름답고 우아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육손이다. 불구와 정상의 경계는 그렇게 가볍게 무너진다. 팔뚝에 문신처럼 그려놓은 컴퓨터 칩이나 한의학의 경혈도는 첨단과학의 이면에 어른거리는 인간 복제에 대한 공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날아가 없어질 나프탈렌으로 조각한 뇌(<향기로운 뇌> ), 창문의 방충망에 빗방울이 맺혔다가 사라지면서 드러나는 거리 풍경을 찍은 DVD 영상(<70번가의 기적>), 경기가 끝나 텅 빈 농구장을 차려놓고 공이 그물을 통과하기 직전과 직후를 렌티큘러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설치작업( <모멘텀> ) 등은 시간과 감각을 진지하게 탐구해온 이 작가의 세계를 한참 생각하게 만든다. 4월 22일까지. (02)2295-7781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 , 275 x 510 x780 cm, 2007.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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