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초 대학은 신입생으로 북적거린다. 전공선택부터 학업성적관리, 졸업 후 진로까지 가중되는 부담으로 신입생들은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대학생활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학기 첫 주부터 강의가 시작되는 요즈음 자칫 휴강이라도 하면 총장실로 항의가 빗발치는 것이 요즈음 세태다.
● 어려워지는 글로벌 직업환경
대학 게시판에는 교수들의 강의에 대해 신입생의 불만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아마도 입시학원 선생님의 수업처럼 명쾌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불만이 있기는 동료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지식을 신입생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신입생은 이념서클보다는 자신들의 진로와 관계된 소모임에 참여하거나 자격증을 얻거나 외국어 습득에 강의 외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대학의 분위기가 이처럼 바뀐 것은 더 이상 대학이 사회진출을 위한 간판이 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학생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외환위기 후 한국은 세계경제에 급속히 편입되어 신 노동에 대한 수요가 대두하였으나 중등교육이 이를 제대로 따라주지 못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배운 교과목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진출 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대학 4년 동안 모두 습득해야 한다.
과연 신입생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배워야 할까. 많은 학생들이 정부나 공공기관과 같이 남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직 안정과 편안함 때문이라면 그다지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 지금 안정되고 편안한 직장이 과연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인구 노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구인이 구직보다 많을 것이기 때문에 취업은 지금보다 손쉬울 것이라고 진단할 수 있겠으나 필자의 생각은 그 반대다. 이제 선진국에서 글로벌화는 더 이상 풍요가 아니라 아웃소싱(outsourcing)이라는 조어가 말해주듯이 인도, 중국에 화이트 칼러의 직장을 빼앗기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각인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 국가에서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노동소득은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10년 전부터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결국 한국도 조만간 해외의 저렴한 고급인력이 제값을 못하는 비싼 국내 인력을 대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인구 노령화에도 불구하고 좋은 직장에서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은 지금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과연 글로벌화된 세계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우선 동료와 협력, 협동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입사 심사 시 면접관은 종종 응시자가 팀 스포츠 활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부를 묻는다.
협력과 협동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생활에 가장 중요한 덕목일 뿐 아니라 언어, 문화적 환경이 다른 곳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자기 가치 향상 위해 노력해야
외국어 수행능력은 또 다른 필수다. 국제 컨설팅 기업 멕킨지는 얼마 전 미국의 대기업에서 당장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의 규모를 인도와 중국 공대생의 각각 30%, 15% 정도로 추정한 바 있다.
이 추정은 전공분야의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의사소통능력까지 모두 고려한 것이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어도 공용어인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보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자격증이나 언어능력인증을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러나 깊은 통찰과 계획 없이 남 따라 하기보다는 진실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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