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제1의 산유대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제2의 두바이’로 거듭난다.
근년의 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거둬들인 사우디가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두바이식 경제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현재 모래뿐인 황량한 사막에 총 6개의 최첨단 경제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까지 하일, 마디나, 지잔, 킹 압둘라 경제도시 등 4개의 도시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사우디 국왕의 이름을 딴 킹 압둘라 경제도시는 이 프로젝트의 윤곽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단일투자로 최대 규모인 267억달러를 쏟아부을 킹 압둘라 경제도시는 홍해를 내려다보는 최고 전망의 초호화 빌라에 바다 후미의 요트 경기장, 초현대식 돔형 스포츠 스타디움, 120개의 호텔을 갖춘 리조트 지구 등으로 구성된다.
이슬람의 양대 성지 중 하나답게 항구는 30만명의 하지(Hajj) 순례자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아랍 에미레이트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 에마르(Emaar)그룹이 앞장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사우디 남부의 낙후된 사막 도시 지잔은 홍해와 인접해 있는 입지 조건을 국가경쟁력으로 활용, 알루미늄 철강 플라스틱과 같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항구와 알루미늄 제련소, 제철소 등을 세운다. 이슬람 성지 메디나는 이슬람권의 투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도록 지식기반 경제도시로 탈바꿈한다.
10~15년 후 경제도시들이 완공되면 이 도시들의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가치로 1,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30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인구도 총 450만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파흐드 알 라시드 사우디 정부 투자공사(SAGIA) 부의장은 “경제도시의 산업 기반이 잡히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고용자들은 가족을 데려와 부동산을 구입하고, 그들은 식당과 쇼핑몰 등을 운영할 것”이라며 “그 결과 부동산과 일자리의 선순환이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의 이 같은 경제도시 건설 붐은 불안정한 유가로 인해 재정 위기를 겪었던 뼈 아픈 교훈 때문이다. 1970~80년대 초 유가 상승으로 걸프연안국 최대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던 사우디는 이후 인구 성장률이 매년 4%였던 데 반해 GDP 성장률은 매년 1% 정도에 그치는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사우디 기술 협상 대표 파와즈 알 알라미는 “우리는 오일붐과 유가 급락을 겪으면서 석유가 덧없는 상품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것에 국가를 인질로 잡혀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슬람권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회풍토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보다 자유주의적인 걸프 연안국으로 옮겨가 사우디의 원대한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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