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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최장집 논쟁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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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최장집 논쟁의 오류

입력
2007.03.0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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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논란의 의제 설정이 크게 잘못된 것 같다. 어느 신문에 실린, 기자와 최 교수 사이의 다음과 같은 대화를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최 교수의 발언은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정말 한나라당을 지지할 생각이 있습니까."

"그건 다른 차원의 얘기예요. 정당민주주의의 원론을 얘기한 것과 구체적으로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나는 어느 특정 정당을 지지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유권자 개개인이 판단할 몫입니다. 나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말한 것입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기사는 예외가 아니다. 모든 언론이 이런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 물론 실제 논란이 그렇게 이루어지니까 그런 식으로 보도하겠지만, 언론에게 올바른 의제 설정의 책임이 있다는 걸 감안할 때 아쉬운 대목이다.

● 의제 설정부터 잘못돼

최 교수가 그런 원론을 역설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배경에 주목할 때, 이 논란이 올바른 의제를 갖게 되리라. 지금 우리 사회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와 선의의 경쟁을 당연시하는가? 아니라고 본다. 최 교수 발언의 핵심은 '공포의 동원'이다. 즉, 편을 갈라놓고 저쪽이 집권하면 재앙이니까 우리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그로 인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심해지니까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 차원을 뛰어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어느 정당이건 내부 비판에 대해 쏟아지는 반박의 메뉴는 한결같다.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그러는가?""내부의 적이 더 큰 문제다." 제3자가 비판해도 마찬가지다. "왜 저쪽은 비판하지 않고 우리만 비판하는가?""왜 저쪽엔 무딘 칼을 쓰고 우리에겐 날카로운 칼을 쓰는가?"

비판의 내용이 타당한가 하는 건 두번째 문제다. 적에 대한 증오가 정치담론의 주요 동력이다. 증오심을 잘 표출하는 사람이 뛰어난 논객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어느 정당이건 자기교정 가능성이 사라진다. 내부 문제는 썩어서 곪아 터질 때까지, 언론에 의해 사회문제화될 때까지 방치된다.

그것 뿐만 아니다. 정치의 주요 기능은 '민생'보다는 '자파의 승리'에 집중된다. '민생'을 돌보기 위해 '승리'가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승리하는 일이 쉽지 않아 거의 모든 역량이 싸움질에만 소모된다. 이 생생한 증거가 바로 오늘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양심적인 진보적 지식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자신의 '진보' 색깔만을 앞세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재앙이라고 말해야겠는가? 아니면 어느 쪽이 집권하건 '공포의 동원'은 망국적인 작태라고 말해야 하겠는가?

● 자기교정 못 하는 정치

최 교수의 발언 중에서 정작 의제화해야 할 것은 노무현 정권이 상당한 지지를 받아가면서 선의로 추진한 일이 오히려 노 정권을 배반한 사례들이다. '운동에 의한 민주화' '정치의 도덕화' '정당 역할의 최소화로 인한 관료기술적 정책결정방식의 강화' '진정성의 오ㆍ남용' '과도한 제도결정론' '지식인의 책임윤리' 등 하나둘이 아니다.

최 교수는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민생과 동떨어진 자기정당화 정치'를 비판했으며,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위한 진보 인사들의 움직임에 대해선 '대안을 희생으로 한 양자택일 강요'의 문제를 지적했다.

모두 다 대단히 생산적인 의제들이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흔히 갖기 마련인 거대담론증을 넘어선 실천적 대안 의제들이다. 이제라도 언론은 이런 의제에 주목해 올바른 논쟁을 유도해주기 바란다. 최 교수에게 "정말 한나라당을 지지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건 우리 모두에게 너무 참담한 일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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