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과 5일 각각 개막되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등 ‘양회’(兩會)는 중국의 고민들이 충돌하면서 전환기 중국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의미가 각별하다.
1978년 개혁ㆍ개방 이후 논의돼온 사유재산보호법인 물권법이 제정되면서 자본제적 생산양식과 사회주의의 결합이 본격화하는 반면 날로 커지고 있는 빈부 격차 등을 해소하려는 평등과 분배 지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사회주의 초급단계인 현 정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는 이르다는 중국 지도부의 결심에도 불구하고 평등을 지향하려는 좌 편향의 목소리와 민주화를 강하게 주장하는 우 편향의 목소리도 여전히 강해 이번 양회를 통해 중국의 정치적 좌표가 좀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5~16일 열리는 전인대(입법기구) 10기 5차 전체회의는 성장과 분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요약된다.
8년 간 심의기간 동안 논란을 거듭하면서 보수파의 거대 반대에 직면했던 물권법이 마침내 전체회의에서 통과된다. 사유재산을 공유재산과 동등하게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률의 제정은 ‘붉은 자본주의 국가’ 의 결정판이다.
이 법률은 중국인과 외국인(기업)의 활동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중국을 시장경제 국가로 인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5년여만에 외국기업에 대한 대표적인 특혜인 소득세율을 조정해 특혜를 없앤다. 이를 신호탄으로 외자유치 일변도의 대외경제정책도 크게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는 동시에 시장경제 도입 후 커지고 있는 성장통에도 메스를 가한다.
가난한 이들이 비싼 의료비와 교육비 때문에 고통을 받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권력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5세대 지도부는 조화(和諧) 사회 건설 이념을 내걸면서 각종 민생 법안을 준비중이다. 중국 언론들이 올 양회의 화두가 민생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화사회 이념은 이번 전인대 기간에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서 진행될 정협에서는 5세대 지도부의 지도이념과 민생에 관한 문제가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양회는 올 가을 공산당 대회에 앞서 열린다는 점에서 후 주석 체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전인대를 계기로 반부패 운동 등이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후 주석의 반대파 제거 작업과 후 주석 측근 등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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