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엽기적인 롤러 코스터 장세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륙 곳곳에서 징후를 읽을 수 있었다. 단지 겉모양만 번지르르해 흉포한 그 실체를 제 때 못 알아챘을 뿐이었다.
중국 증시가 1년 넘게 고공비행을 하면서 지난해 가을부터 묻지마 투자 열풍이 대륙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아파트로 버스를 보내 아줌마와 노인들을 객장으로 실어 날랐고, 아줌마들은 2~3명씩 조를 짜 객장 자리를 차지하는 진풍경까지 빚어졌다.
이 바람에 지난달 보름동안 신규 증권 계좌 개설자는 무려 74만 명, 신규 주식 펀드 가입자는 102만 명에 달했다. 여기다가 중국 부자들은 시골 농민 명의로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증권 계좌를 열고 뭉칫돈을 증시에 쏟아 부었다.
이 덕에 상하이(上海) 증시 지수가 지난 한해 무려 130%나 오른 데 이어 지난 달 21일 처음으로 3,000 고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27일에는 9% 가까이 대폭락하며 2,007억 위안(24조원)이 날라갔다. 또 다음인 28일에는 3.94%나 급반등했다. 이 바람에 세계 증시는 개구리처럼 천방지축 뛰고 있는 중국 증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중국 증시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줄기차게 나왔다. 지난달 초 청쓰웨이(成思危)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은 “70%의 기업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7할의 주식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퍼섹도 “중국인들이 카지노가 아닌 주식시장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며 말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증시 과열은 우려할 수준이지만 증시 성장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8일 중국 당국이 주식 거래 수익 과세 루머를 진정시키고, 중국증권보가 “이번 조정은 건강한 조정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 경제가 폭주기관차처럼 연 9~11%씩 급성장하며 증시를 받쳐주고 있는 데다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도 상승할 것이 확실해 해외자금이 중국 증시로 쏠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중국 증시가 처음으로 세계 증시에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 미국 GDP 총액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경제가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면서 동시에 글로벌 경제의 짐도 되는 상황이다.
페이덴 앤 리켈 인베스트먼트사의 크리스 온도프 펀드 매니저는 “이번 사태는 글로벌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사례”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