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청의 2년차 센터백 권근혜(20)는 삼척시청과의 준결승(26일)에서 오른 손목을 다쳤다. “통증 때문에 슛을 던지면 팔이 빠질 것 같아서 오늘 결승전에선 패스에만 주력했다”고 했다. 그런데 코트에서의 ‘슈팅 본능’은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7개의 슛을 던져 4개를 성공시켰다.
2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07 SK 핸드볼큰잔치 여자부 결승에서 지난해 우승팀 대구시청과 격돌한 용인시청에는 몸이 성한 선수가 별로 없었다. 허하나(22)는 1차 대회 때 왼쪽 새끼손가락이 부러졌고, 골키퍼 김프림(21)은 오른 발목을 다친 상태다.
그러나 뛸 수 있을 정도의 부상은 차라리 ‘축복’에 가까웠다. ‘디펜딩챔피언’ 대구시청의 주전 센터백 송해림은 지난해 12월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다 발목 인대가 끊어져 아예 대회에 나오질 못했다. 게다가 피봇 김차연은 오스트리아로 이적한 상태.
그런 대구시청을 용인시청은 결승전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허하나(7득점), 권근혜의 연속골로 8-2로 크게 앞서나갔고, 이후엔 권근혜의 패스 플레이가 돋보였다. 권근혜가 페인트 동작으로 상대 수비벽을 허물면 피봇 김정심(29ㆍ7득점) 플레잉 코치가 슈팅을 성공시키는 득점 방식이었다. 결과는 용인시청의 30-24 대승.
이로써 지난 2005년 2월 백창심 김정심 김정예 등 은퇴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시 불러모아 팀을 창단했던 용인시청은 사상 첫 핸드볼큰잔치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외인부대’라고 불렸던 용인시청의 우승 과정은 험난했다. 용인실내체육관이 여자 프로팀 삼성생명의 홈코트로 사용 중이라 남자 고교팀과 연습경기를 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을 정도.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김운학 감독의 지도 방식 때문에 선수들은 “차라리 경기 할 때가 제일 편하다”고 말했다. 김운학 감독은 “내가 다혈질이고, 욕심이 많은 편인데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한편 남자부에선 김태훈 국가대표 감독이 이끄는 하나은행이 두산산업개발을 22-20으로 꺾고 지난 2001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남녀 최우수선수에는 김태완(하나은행)과 권근혜(용인시청)가 각각 뽑혔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