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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9) 다다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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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9) 다다실업

입력
2007.02.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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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2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결승전인 수퍼보울이 벌어진 스타디움. 이 날 MVP로 선정된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우승컵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올리던 순간 그는 머리에는 ‘챔피언(Champion)’이란 문구가 새겨진 스포츠 모자를 쓰여 있었다. ㈜다다실업이 개발해 만든 모자였다.

“Thank you for calling DaDa Corporation…” 서울 역삼동에 있는 ㈜다다실업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영어로 된 자동 안내음성이 흘러나온다. 전세계 스포츠 모자 시장의 45%를 장악하고 있는 세계 1위 기업 다다실업에서 국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다다실업은 무명이나 다름없다. 다다가 생산하는 스포츠 모자는 거의 100% 해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큰 기업’ 다다실업의 성공 포인트를 해부한다.

●한 우물을 파라

다다실업은 33년째 ‘모자쟁이’를 고집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모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시장도 프로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을 겨냥했다. 현재 이 회사는 연 1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의 80%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스포츠 모자라는 사업 아이디어 자체가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1970년대 초반 건설자재 등 무역업을 하던 창업주 박부일 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미국인들이 평상 시에도 스포츠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미국인들이 화려하면서도 스포티한 모자를 선호하는데다 강한 햇살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항상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 NFL, 프로야구(MLB) 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등 4대 프로 스포츠에 쏟는 미국인들의 관심도 대단하다는 것도 감안했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80년대까지 미국 섬유수출쿼터 때문에 영안모자 등 선발업체에 밀리던 다다실업은 92년 기회를 잡았다. 미 스포츠리그 협회들이 판매 수익 확대를 위해 모자 디자인 다양화를 요구했으나 소품종 대량생산만 해온 기존 업체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다품종 소량생산 주문을 거절한 것이다.

하지만 다다실업은 공장 한 군데서 하루 800개 종류의 모자를 만들어가면서 까다로운 미국 바이어의 요구를 만족시켰다. 다다실업은 매출액이 97년 600억원 대에서 1년 만에 1,000억원대를 돌파하며 세계 스포츠 모자의 왕좌 자리에 올랐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벽을 넘어라

다다실업이 제조하는 모자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표시가 없다. 한국 본사는 디자인과 연구개발, 수출영업, 자재관리만 맡고, 연간 6,000만개(1억 달러 상당)에 달하는 모자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중국 베트남 등의 4개국 12개 공장 1만여명의 근로자들이 만든다.

89년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법인을 설립하면서 3년 뒤 서울 봉천동의 공장마저 간판을 내렸다. 사양길에 접어든 섬유산업에 종사할 인력을 구할 방법이 없었고, 미국의 섬유쿼터 제한을 피하기 위한 우회로의 한 방편이었다.

다다실업 성공의 열쇠는 앞을 내다본 글로벌 경영 덕분이었다. 요즘 인도네시아 근로자 임금은 월 평균 140달러 수준이다. 제조기지를 동남아로 옮김으로써 월 3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겨냥해라

다다실업의 모자는 고유 브랜드는 없지만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캘러웨이골프 갭 토미힐피거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마크를 달고 팔리는 글로벌 명품이다. 하지만 박성배 사장은 “다다실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 모자의 황금시장인 NFL MLB NBA NHL 등 미국 4대 프로리그와 대학스포츠 시장에서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제작하기 까다롭고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미국 프로 리그와 대학 스포츠 팀 모자이기 때문이다.

다다실업은 95년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에서 탈피해 바이어에게 디자인을 제안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을 늘리고 있다. 원단 선정부터 디자인까지 다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ODM은 OEM보다 30~40% 높은 가격을 받는데 회사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본사 인원 220명의 4분의 1인 57명이 디자이너 등 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획득했거나 출원 중인 지적재산권도 276건에 달한다. 특허기술 사용 로열티로도 6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특수고무밴드로 사이즈가 조절되는 모자, 챙과 머리 부분을 이음새 없이 연결한 모자는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특허 제품이다.

●시대 흐름을 읽어라

다다실업은 2000년 e비즈니스 부문의 자회사 다모넷을 설립하고 핸드백 등 사업 부문을 확장하는 등 최근 ‘포스트 스포츠 모자’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우리가 익颱?스포츠 모자 사업과 융합이 가능한 범위에서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핸드백 니트웨어 등 종합 패션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다모넷이다.

다모넷은 본사와 5개 국가에 흩어진 13개 사업체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필요에서 나온 신사업이지만 다른 대기업이나 정부 부처로부터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다다실업은

설립 :1974년 대도통상->85년 ㈜다다실업으로 사명 변경

매출 : 1,050억원(2006년)

직원수 : 본사 220명, 해외 1만여명

공장 등 해외법인 :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중국 베트남 미국 등 13개 관계사

사업분야 : 모자, e비즈니스, 핸드백, 캐릭터

문향란 기자 iami@hk.co.kr

■ 다다실업 박성배 사장

“다다실업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최고 브랜드입니다.”

박성배(60) ㈜다다실업 대표이사 사장은 고유 브랜드 없이 수출에 주력해온 다다실업의 실용적 생존 전략을 항상 강조한다. 연 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 기업이 소비자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과욕을 부렸다면 살아 남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 살아야지 형식이나 외관은 중요치 않다”며 “자체 브랜드 만들자고 1,000억 팔아 500억원을 마케팅에 쏟아 붓고 나면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사장은 1985년 다다실업이 대도통상에서 이름이 바꾸고 공장 해외 이전 등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 때 창업주 박부일 회장이 영입한 전문 경영인이다. 연세대 행정학과 선배인 박 회장은 10년 가까이 의류업체 ㈜아신통상의 서독 지사장을 지내며 해외영업 경력을 쌓은 박 사장의 능력을 높이 사 스카우트 한 것이다. 박 사장은 다다실업의 첫 해외 공장이 설립된 인도네시아 초대 지사장과 자메이카ㆍ미주 지사장을 지낸 뒤 97년 대표이사 사장로 취임,글로벌 경영의 선봉에 섰다.

박 사장은 “해외 생산기지 개척이 결코 수월하지 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94년 자메이카에 공장을 세우고 1,500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했는데 1년을 버틴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결국 공장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고 그는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10년째 세계 스포츠 모자 시장 점유율 1위, 1,000억원대 매출을 지속하고 있으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고 털어놓았다. 박 사장은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대만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패션 트렌드 개발, 첨단 소재 적용, 마케팅 활성화 등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다다실업을 연 매출 300억 달러에 전 세계 300개 사업부를 가진 종합 패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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