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내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재개정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당 이기우 원내대변인은 26일 “개방형 이사제 수정 문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과 논의 할 수 있다”며 “지도부가 다양하게 당내 여론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당론이 바뀐 것은 아니다”며 “한나라당과 대화해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리당의 태도 변화는 막혀 있는 국회를 풀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를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회에서 추천한다’고 규정된 현행 조항을 수정해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를 종단이나 동창회 학부모협회 등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나라당은 사학법을 로스쿨법 등 민생법안과 연계시키면서 내달 5일 본회의에서 표 대결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단 소속인 김충환, 신상진, 이군현 의원은 이날 삭발까지 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여야 장로의원 6인 모임을 주선해 공감대 확산 작업에도 적극 나섰다.
우리당으로서는 민생법안이 발목 잡히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종교계 등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당은 일단 개방형 이사제의 현행 법 조항은 손대지 않되 시행령상에서 종립학교의 경우에는 종단이 개방형 이사의 2분의 1을 추천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여기에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 타협안을 만들어 내든지, 아니면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의 힘과 여권의 이탈 기류 등을 이용해 표 대결로 밀어붙일지 기로에 서게 됐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7일 양당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 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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