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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사회와 함께 가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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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사회와 함께 가는 軍

입력
2007.02.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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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피터 앤서니 인지 경(Lord Inge)은 1991년 1차 걸프전 때 참전부대를 시찰하던 중, 어느 병사의 난데없는 질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질문을 그대로 옮기면 "The country's behind us, isn't it, sir?"다.

영국사회가 자신들을 든든히 후원하고 있는가를 따지듯 물은 것이다. 그는 장병들이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불현듯 깨달았으며, 특히 장병들의 의식이 과거와 크게 다른 것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는 이야기다.

● 군ㆍ사회 격차없는 신뢰 중요

언뜻 군인의 애국적 사명감을 강조한 듯 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전한 칼럼니스트 맥스 헤이스팅스는 참전 병사의 질문은 군과 사회의 신뢰관계가 위기에 이른 현실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극복하려면 장병들이 국가 사회에 소중한 존재이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영국은 모병제 국가이기에 처우를 강조한 듯 하지만, 무릇 군과 사회의 신뢰관계의 핵심은 상호 괴리와 격차를 없애는 것이다. 그래야 민간과 다른 공공분야가 날로 성장하는 사회에서 군이 이질적 집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왕성한 사기와 전투력을 지닌 안보의 기둥 노릇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영국 얘기가 생뚱 맞게 들릴지 모르나, 병역제도 개선안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논란에 참고할 만 하다. 국가 인적자원 활용을 위해 복무기간 단축이 긴요하다는 정부의 논리와 안보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반대논리가 모두 국가의 필요를 강조할 뿐 장병 개개인의 이익과 복지는 소홀히 여기는 느낌이다. 이래서는 저마다 외치는 튼튼한 안보역량을 다지는 방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싶다.

물론 청년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을 앞당기려면 '군에서 썩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대통령의 거친 말은 본질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에서 2014년까지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것이 국가경제와 개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막연한 느낌이다.

이에 비해 조기 전역에 따른 교육훈련 비용 증가와 숙련된 병력 부족은 당장 구체적 부담이 될 것이 틀림없다. 정부는 복잡다단한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기대 효과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이게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아무리 열심히 연구했더라도 국민이 이해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쓸모 없다.

그러나 안보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반대논리는 군의 현실과 미래 과제를 숫제 외면하는 것으로 비친다. 이를테면 병력을 50만 명으로 줄이면서 복무기간마저 단축하면 전력 공백을 어찌 감당할 것이냐고 목청 높이는 것은 어린 병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마냥 의존하겠다는 이기적 발상이다.

21세기 안보환경에는 첨단전력을 지닌 군대가 필요하다면서도 병력과 복무기간은 그대로 두자고 고집하는 것은 우습다. 그야말로 젊은이들은 군에서 썩으며 고생하더라도 나는 발 뻗고 편히 잠자겠다는 심보다.

● 젊은 병사 위한 병역제도 개선을

국방개혁이든 병역제도 개선이든 안보 현실과 국가적 소요를 정확하게 헤아려 인적ㆍ물적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국가적 효용을 앞세우기보다 장병들을 사회와 격차 없이 제대로 대우, 근본적 신뢰를 쌓는 길을 찾아야 한다. 첨단 무기보다 급한 것은 병사들의 애국심과 인내에 의존하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고작 몇 만원 월급으로 수십만 대군을 유지하는 상황을 마냥 지속할 수는 없다.

사회가 일방적으로 병사들의 헌신을 요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젊은 병사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부담을 기꺼이 짊어지고, 군과 사회가 나란히 가는 관계를 이뤄야 안보의 미래도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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