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기독교 보수세력들이 기존의 공화당 대선주자들을 못마땅해 하면서 독자적인 대안을 모색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대외적으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기독교 보수단체인 ‘국가정책을 위한 회의’의 회원들이 이달초 플로리다 아멜리아섬에서 가진 회합에서 2008년 대선후보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공화당 예비주자 가운데 선뜻 지지할만한 후보가 없다는 점 때문에 적잖이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많은 기독교 보수세력들은 여전히 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지금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때 기독교 보수세력의 지도자들을 관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었다.
두터운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낙태와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고 두번이나 이혼했던 ‘자유주의적’경력 때문에 기독교 보수세력들로부터 의구심에 가득찬 시선을 받고 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낙태와 줄기세포 연구, 동성애자 권리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결격사유로 작용하고 있다. 기독교 보수세력들은 이들 공화당 ‘빅3’는 노선 때문에,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던컨 헌터 하원의원 등은 본선 경쟁력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책을 위한 회의’구성원들의 고민은 중앙 정치무대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노선 상으로는 자신들의 구미에 딱 맞는 마크 샌포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새로운 대선후보로 옹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시도는 샌포드 주지사 본인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기독교 보수세력들이 종교의 울타리를 넘나들며 대선승리에 절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부시 대통령 ‘학습 효과’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복음주의자들을 끌어들여 선거에서 이겼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종교적 기반을 선거에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대통령이 돼서는 ‘국가정책을 위한 회의’의 집회에 각료나 행정부 고위관리를 참석토록 하면서 끈끈한 유대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제 영광의 시기는 끝이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중간선거에서 상ㆍ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내줬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전 실패는 대선 전망을 결정적으로 어둡게 하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때문에 기독교 보수세력들의 근본적 불안은 향후 미국을 좌우할 정치적 과정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년전 창립된‘ 국가정책을 위한 회의’는 종교적 배경을 토대로 정ㆍ관ㆍ재계, 학계 및 싱크탱크의 유력한 보수 인사들이 회원 가입 여부를 비밀로 한 채 참여하고 있다. 이와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는 보수단체만 해도 5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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