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권 전환에 따라 유사시 한반도 방위의 유일한 지휘 기구였던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는 사실상 굳어졌다. 연합사 지휘부는 한국군과 주한미군 합동으로 구성돼 있지만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사령관을 겸하는 등 실질적으로 주한미군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합사 해체로 주한미군도 적잖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한미군의 기능이 변한다. 연합사 체제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 유사시 작전의 통제부(콘트롤 타워)였다면 앞으로는 보조적 역할로 축소된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작전권 전환에 따라 전시 한반도 작전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주한미군은 지원역할을 하게 된다”고 누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동북아 전략 변화와 연결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분쟁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외주둔미군을 기동군으로 바꾸는 미국의 전략에서 주한미군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한반도에 ‘붙박이’로 남아있던 주한미군에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하려면 전시 작전권이라는 장애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시 작전권을 넘김으로써 한반도 방위는 한국군에 맡기고 주한미군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분쟁이나 멀리 중동분쟁까지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 두는 전략변화를 노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2008년 2만5,000명을 유지하는 선에서의 감축 이외의 추가 감축 가능성은 부인했다.
도리어 연합사 해체 이후 유엔군사령부의 강화하겠다는 벨 사령관의 주장이 주한미군의 변화와 관련해 더 주목된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의 창설과 함께 한반도 방어임무를 연합사에 넘기고 정전협정 관리ㆍ감독 기능만 맡고 있는 사실상 서류상 기구에 불과하다.
벨 사령관은 “전시 작전권이 한국군에 넘어가면 (비무장지대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전투부대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이 불가능해 정전을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엔사 강화를 언급하고 있다.
벨 사령관은 심지어 유엔사를 ‘전시조직’으로 만들 필요성까지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경우 미군은 한미연합사가 아닌 유엔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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