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대구 A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김모(12)군은 올해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받지 못했다. 이 초등학교 졸업생이 8명에 불과해 학교측이 단체사진 1장으로 앨범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초등학교 6년간 학생수가 적어 운동회나 학예회 한번 못했는데 마지막 졸업때까지 앨범도 받지 못해 섭섭하다”고 말했다.
올해 대구지역 소규모 초등학교 졸업생중 일부가 졸업 앨범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빈 종이를 절반 가까이 붙인 기형적인 앨범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교육위원회 정만진 위원은 25일 “대구지역에서 졸업생 수가 50명 이하인 초등학교 11곳 중 3곳이 졸업앨범을 만들지 못했다”며 “이들 학교는 단체사진 한장이나 CD로 앨범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6학년 학생수가 12명인 S초교는 56쪽짜리 졸업앨범을 제작했다 하지만 본면이 10쪽, 특별활동 사진 7쪽, 주소 1쪽 등 인쇄된 면이 18쪽에 불과하고 나머지 38쪽은 비워놓았다. 학생수 12~49명인 8개 초등학교 앨범의 빈 공간이 19~38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졸업앨범의 적정 두께 등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8개 학교의 앨범 평균 면수 55쪽중 빈 면이 절반에 가까운 평균 24쪽에 달해 앨범을 펼치면 텅 빈 종이만 잔뜩 나오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반면 6학년 학생수가 300명을 넘는 초등학교 4곳의 앨범 평균 두께는 118쪽인데다 메모 등을 위한 빈 면은 평균 3쪽에 불과, 학교간 졸업앨범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 이들 소규모 학교 졸업생들은 내용이 빈약한 졸업앨범을 구입하고도 가격은 큰 학교보다 평균 2만원이나 많이 내야 한다. 대규모 학교 4곳의 앨범 가격은 평균 2만8,000원이지만 8개 소규모 학교의 앨범 가격은 평균 4만8,000원에 이르면서 ㎠당 가격도 소규모 학교가 60원으로 큰 학교 33원의 1.8배나 되는 실정이다.
이는 앨범 제작때 학생 수가 많을수록 평균 제작 단가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실제 부담한 가격은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6.3배 가량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정 위원은 “졸업식이 끝나고도 앨범 하나 없이 빈 손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은 추억거리를 하나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교육청이 소규모 학교에 앨범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인근 학교끼리 공동 앨범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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