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제조와 이동식 화장실 설치 회사인 ㈜H&G의 이영호(46) 사장 별명에서는 냄새가 좀 난다. ‘똥 사장님’인 그는 그래도 좋단다. “먹고 사는 걸 해결해 주는데 뭐가 문제냐”며 웃는다.
그런 이 사장이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큰 일’을 해냈다.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에 설치할 이동식 화장실 변기 국제 공개 입찰에서 프랑스 와 독일 등 업체들을 제치고 당당히 공급 계약권을 따냈다. 그는 변기 1만개 공급과 함께 이동식 화장실 설치 기술지도도 맡았다. 돈으로는 약 100억원 정도로 H&G의 5년 치 매출액과 맞먹는다. 그는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업체들을 눌렀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며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 값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경쟁 입찰에서 ‘베이징은 물이 귀한 도시’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획기적으로 물을 적게 쓰는 ‘절수형 변기’로 승부를 걸었다. 일반 가정에서 변기를 한 번 사용할 때 드는 물의 양은 약 10ℓ인데, 이 사장이 지난해 11월 개발한 ‘토디’라는 절수형 변기는 10분의 1도 안 되는 800cc면 충분하다. 기술은 비밀이라고 했다.
경북 봉화가 고향인 그는 1985년 화장실 냄새를 없애는 방향제 회사를 차리면서 ‘뒷간’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의 회사는 88년에 세웠다. 그는 “온갖 화장실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변기에 애정이 생겼다”며 “변기와 이동식 화장실 쪽에 경쟁이 별로 없어 유망한 틈새시장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의욕과 아이디어는 넘쳤지만 이를 받쳐줄 인력과 기술이 문제였다. 기술 개발은 더뎠고 매출은 직원 월급 주는 수준이었다. 회사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발딱 일어섰다. 월드컵 기간 한강시민공원에 설치할 이동식 화장실 품평회에서 쟁쟁한 다른 회사들을 누르고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500만~600만원 짜리 이동식 화장실을 내놓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3,000만원의 고가 제품을 선보인 차별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안방처럼 편안하고 외관이 훌륭했다는 평이다. 이후 청와대와 청계천으로 진출한 이 화장실은 제주도와 울릉도 등 곳곳에서 사람들의 ‘근심’을 풀어주고 있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첨단 변기를 실험할 “싱싱한 똥”을 모으고 있다. 한번에 필요한 양은 1톤 정도다. 그는 25명의 전 직원들에게 “급하지 않으면 집 대신 회사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했다. 그래도 턱없이 모자라 공원이나 대학교 등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해 정기적으로 수거한다.
“사람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이 사장의 ‘철학’이다. “좋은 음식을 먹든 푸성귀를 먹든 결국 밖으로 내보내는 건 똑같다. 당장 잘 나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것도, 조금 힘들다고 어깨 처질 필요도 없다. 성공도 잘못 소화시키면 설사가 되고, 실패도 잘만 소화시키면 쾌변이 되는 게 인생 이치다.” 그의 목표는 화장실 세계 제패다. 그는 “중국 진출을 계기로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 길이 열렸다”며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영원한 똥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