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에도 불구하고 우리당 출신 일부 각료들이 당적을 유지한 채 계속 내각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전례 없는 일인 데다 대선을 앞두고 중립성을 훼손할 수도 있어 논란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행정부에 있는 정치인 각료는 한명숙 총리와 이재정 통일부, 유시민 보건복지부, 이상수 노동부, 박홍수 농림부 장관 등 모두 5명. 이 가운데 한 총리는 사퇴 의사를, 이 통일부 장관과 박 장관은 당적 정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유 장관과 이 노동부 장관은 당 잔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유 장관은 23일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며 “당을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당 당적을 가진 이 노동부 장관도 가급적 당적을 보유하겠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장관의 당적 문제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사자의 판단에 따른다”며 “대통령이 탈당하고 총리가 당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장관들도 복귀하고 당적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인 장관의 내각 잔류는 노 대통령의 탈당 취지를 퇴색시키고, 선거 국면에서의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 등 3명의 대통령이 여당을 탈당했는데 여당 출신 장관들은 예외 없이 물러나거나 당적을 정리했다.
당장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한 총리뿐만 아니라 우리당 출신 각료들을 모두 당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며 “한 총리만 당에 복귀하면 또 다른 의혹을 불러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는 노 대통령의 탈당 이유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 대통령의 탈당은 여당 내 대선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의 쏠림 현상을 피하고, 대선에서의 중립성을 선언하는 절차였다. 대통령의 탈당이 곧 내각의 중립성 강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번은 다르다고 역설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 탈당을 중립내각과 동일시하는 시각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도 22일 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에서 자신의 탈당이 내각의 중립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대통령의 당적보유를 둘러싼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결국 노 대통령의 탈당 이유가 통합신당 창당의 길을 터주고 대선에 본격 개입하기 위한 것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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