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25일로 출범 4년을 맞는다. 임기가 1년 더 남았지만 4년은 정권의 공과를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간이다. 돌이켜보면 노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었고, 지난 4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전 부문에 걸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김대중 정부가 해방 이후 반세기 이상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주류세력의 지역적 재편을 의미했다면,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세대와 계층, 이념을 아우르는 주류세력의 전면적 교체를 상징했다.
그런 만큼 기대가 컸고 권위주의 청산과 정치문화 쇄신 등 긍정적 성과를 거둔 부문도 결코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이 신년 연설과 회견 등에서 "참여정부의 실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언급한 경제 민생 안보 정부혁신 국가전략 등의 변화를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종합적 평가는 낙제점에 가까울 정도로 부정적이다.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것에도 지쳐, 대화 중 '노무현'을 입에 올릴 경우 벌칙을 부여하는 게임까지 시중에 나도는 것은 민심의 소재를 보여주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라 할 만하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근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도만으로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개체주의적 오류"라며 "선거공약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를 기준으로 절대적 평가를 하면 참여정부는 매우 성공했다"고 강변했다.
'21세기 대통령'을 따라가지 못하는 '20세기 국민'을 탓한 사람이니 문제 삼기도 지겹지만 바로 이 같은 '그들만의 셈법'이 노 정권에 대한 국민적 탄핵상황을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반성장 균형발전 자주국방 교육개혁 미래비전 등 동기와 취지가 진실하면 결과에 관계없이 평가 받아야 한다는 독선과 오만에 국민들은 지쳤다.
한국일보가 최근 실시한 전문가그룹 대상의 여론조사에서 "참여정부는 다음 정부가 더 이상 메뉴판에 올릴 게 없을 만큼 좋은 담론을 죄다 선점했지만 정작 이를 요리할 능력은 없었다"는 대답이 나온 것은 참으로 적확한 지적이다.
특권과 반칙의 역사를 해체한다며 코드와 로드맵을 쏟아냈으나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어 통합은커녕 위아래로, 좌우로, 앞뒤로 갈등과 증오를 부추겼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남은 1년 동안 해야 할 일도 분명해진다. 여당의 분열로 힘을 더욱 잃었지만 그나마 성과라고 자부하는 부동산정책 등 벌여 놓은 좌판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중립적인 국정 운영을 통해 차분하게 국가 발전을 위해 여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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