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까는 예쁜 신발판을 보곤 살까말까 망설이다 샀다. 신발판을 놓고 나니 카펫이 우중충해 보여 그것을 교환했다. 이번엔 그 위에 놓인 소파와 옷장이 초라해 보였다.
새 가구와 TV를 들여놓으니 벽지가 촌스러웠다. 도배를 다시 하고 커튼도 바꾸었다. 이제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현관문을 들어서는 남편을 보니 우아한 인테리어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남편을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새 화장대에 앉으니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여인이 거울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 신발판이 결국 자신까지 교체하게 했는지 알 수 없다.
■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이란 한 대학원생의 박사학위 논문이 화제다. 18세 이상의 여성 77.5%가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한 것은 '지금보다 더 예뻐지고 싶다'는 본능으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25~29세 여성의 61.5%가 "실제 성형수술을 했다"고 고백한 대목은 놀랍다.
언론의 보도는 외모지상주의나 붕어빵현상을 지적하고, 부작용이나 성공확률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취지다. 네티즌들의 논란이 이어진다. '왜 성형미인을 싫어하는가'에 대한 답변 가운데 "성형미인이면서 자연미인인 듯 내숭을 떠는 게 얄미워서"라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 "제 친구 중에 외모가 좀 그런 애가 있었어요. 그는 항상 소심했고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라곤 소꿉 친구였던 저 뿐이었어요. 고등학생이 되어 그는 '은따' 처지가 되었고, 저만 따라 다녔어요.
솔직히 귀찮았고, 저까지 '은따'가 될까 께름칙했어요. 그가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이후 많은 친구들을 새로 사귈 수 있게 됐어요. 그는 누구에게나 자신이 성형을 했다고 말했고, 쌍꺼풀 수술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답니다. 성형수술이 나쁜 것만은 아니죠." 그 친구와 이 아이의 '커밍아웃'은 나의 고정관념을 크게 바꿔 놓았다.
■ 몸에 대한 불감훼상(不敢毁傷) 효지시야(孝之始也)라는 공자님 말씀을 붙들 생각은 없다. '좀 못생기면 어떠냐 능력으로 말하면 되지'라거나 '개성이 최고니 자신만의 매력을 찾자'는 충고는 아무래도 당사자에겐 좀 허해 보인다.
그렇다고 의류ㆍ액세서리 광고에 외국인 등장을 금하고, TV 등에 성형미인 출연을 봉쇄할 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 또 마음까지 허위와 가식으로 성형하는 짓은 안 된다. 한마디 얹자면 그렇다고 '성형정치'까지 용납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