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고교 역사교과서에 ‘신화’ 형태로 기술돼 있는 고조선 건국 과정이 3월 선보이는 새 교과서에선 하나의 ‘역사’로 기술된다. 또 한반도 청동기 도입 시기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최대 1000년까지 앞당겨진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3일 ‘고조선과 청동기 문화’ 단원을 일부 수정한 고교 역사교과서를 새 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역사교과서 내용 중 고조선 등 고대사 서술 부분이 너무 소극적이고 청동기 보급 시기도 잘못됐다는 학계 등의 지적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고조선 부분(교과서 32쪽)의 경우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의 기록에 따르면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한다(기원전 2333)’로 돼 있던 것을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의 기록에 따르면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로 수정했다.
고조선 건국 과정을 ‘역사’로 못박은 것이다.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하였다고 한다’는 구절은 역사적 사실이라기 보다는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단군왕검이 건국하였다고 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 이 표현은 매우 수동적이다. 어디서 전해들은 이야기 형태다.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은 어느 나라 역사책인가”라며 개정을 요구했다.
또 청동기 도입시기에 대해 새 역사교과서 27쪽은 ‘기원전 2000년쯤에서 기원전 1500년쯤에 청동기 시대가 본격화된다’고 기술했다. 종전 교과서는 ‘신석기 시대를 이어 한반도에서는 기원전 10세기경에, 만주지역에서는 이보다 앞선 기원전 15세기~기원전 13세기경에 청동기 시대가 전개되었다’고 적고 있다.
한반도 청동기 도입시기를 최대 1000년 가량 단축시킨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원 정선과 춘천, 홍천, 경기 가평, 인천 계양구, 경남 진주 등에서 최근 출토된 유물 등을 근거로 한반도에 청동기 문화가 전래된 시기를 앞당겨 기술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2~3년 사이 이들 지역에선 청동기 초기 유물인 돌대문(덧띠새김무늬) 토기가 기원전 2000년쯤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빗살무늬 토기와 함께 발굴돼 학계에서는 우리 청동기 시대 연대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역사학계는 이번 교과서 수정을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카드로 반기면서도 단순한 ‘주장’ 보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조선 건국 과정만 하더라도 문법적 어미만 바꾸었을 뿐 이를 뒷받침할 학문적 성과는 부족하다. 한 고고학자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낙랑실’과 ‘발해실’은 있어도 ‘고조선실’은 없다”고 꼬집었다. 고조선과 관련된 역사적 유물은 물론 연구도 빈약하다는 뜻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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