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꿈틀거릴 만큼 구위가 살아 있었다”(모이세스 알루).
“오늘 던진 투수 중 박찬호가 가장 돋보였다”(윌리 랜돌프 감독).
“역시 메이저리그 투수다웠다. 그를 영입한 우리의 선택에 만족한다”(오마 미나야 단장).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졌다. 시즌 후 진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코리안 특급’ 박찬호(34ㆍ뉴욕 메츠)가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 피칭(타자가 실전처럼 타격을 하는 가운데 다양한 경기 상황을 가정하고 공을 던지는 것)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박찬호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에서 계속된 팀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피칭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팀 투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라이브 피칭에 돌입했다는 것은 오프 시즌동안 몸을 최대한 만들어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박찬호가 던지는 일구 일구는 이날 캠프에 총출동한 구단 고위층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윌폰 구단주를 비롯해 미나야 단장, 랜돌프 감독 등은 박찬호의 구위를 확인하기 위해 포수 뒤쪽에 설치된 배팅 케이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박찬호가 상대한 타자는 모두 5명. 하나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들이었다. 내셔널리그 최고 슬러거로 꼽히는 카를로스 델가도를 비롯해 폴 로두카-모이세스 알루-데이비드 라이트-숀 그린 등 올시즌 메츠의 ‘살인 타선’을 이끌 거포들을 상대했지만 박찬호는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투수답게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불펜에서 20개 정도의 공을 던지며 워밍업을 한 박찬호는 첫 라이브 피칭인 만큼 전력 투구는 삼간 채 컨트롤과 코너 워크 위주로 30개의 공을 던졌다. 포심, 투심,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철저하게 낮게 낮게 구사하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이날 박찬호와 상대한 타자 중 그린이 좌중간 펜스를 직접 맞히는 큰 타구를 날렸을 뿐 대부분 내야 땅볼과 플라이로 물러났다.
랜돌프 감독은 박찬호의 피칭이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찬호가 가장 눈에 띄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모습이었고 투구폼도 안정적이었다”며 “선발진 합류 여부는 시범경기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오늘 피칭은 아주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4일 한 차례 더 라이브 피칭을 실시하는 박찬호는 팀 자체 연습 경기를 치른 뒤 시범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