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은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5번째 생일에 풍성한 특별배급을 받았다. 북한 당국은 계란 설탕 맥주 과자 등 생필품을 비롯, 한 달치 식량을 한꺼번에 공급했다. 북한이 모처럼 넉넉한 ‘김정일 생일선물’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일 생일 사흘 전 2ㆍ13합의라는 외교적 성과를 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합의를 통해 중유 5만톤을 두 달 이내에 받기로 함에 따라 마음이 뿌듯해진 북한 당국이 창고를 탈탈 털어 기분을 냈다는 것이다.
북한은 2ㆍ13합의가 나오기 전부터 남북대화 재개를 서둘렀다. 이는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맞춰 남한으로부터 쌀 비료 등의 지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남북은 장관급회담을 조기에 재개키로 했고, 북한은 여기서 핵실험 후 중단된 쌀 비료 지원 재개와 지난해 5월 4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급 실무접촉에서 합의한 8,000만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 제공이 타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쌀 이외에 비료와 원자재는 생필품은 아니지만 북한경제를 전체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게 해 생필품의 안정적 공급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희망대로 남한의 대북지원이 김일성 생일에 맞춰 이뤄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대북지원을 바라보는 국내 시각이 곱지 만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현실적으로 볼 때 쌀 비료 등을 지원하더라도 단계적, 순차적으로 해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종종 각종 기념일에 맞춰 핵 문제나 남북관계와 관련된 중요한 행동을 취해 왔다. 지난해 핵실험을 강행했던 10월 9일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 하루 전이었고, 대포동 2호 등 미사일 7기를 발사한 날은 김일성 사망 12주기(7월 8일) 사흘 전이었다. 또 2005년 2월 10일에는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한 1998년 8월 31일은 정권 창건 50주년 기념일(9월 9일) 9일 전이었다.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북한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주도면밀하게 시간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