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 등 폐쇄된 공간에서 갑자기 심장이 멎을 듯한 불안감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끝없이 추락하는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항상 계단을 이용하지는 않는가. 특별한 사고의 경험이 없으면서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공황(恐慌)장애’ 를 의심할 수 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등을 걱정하지만 실상 응급실, 내과, 신경과 등 어떤 병원의 검진을 통해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 전문의들은 흔히 공황장애의 진단을 내린다. 일종의 정신 질환인 공황장애는 심할 경우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황장애의 주요 원인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과 이은 전문의는 “공황장애는 교감신경계의 주요 신경전달 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는 청반핵(Locus Ceruleusㆍ뇌의 일부) 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며 “다시 말해 인체의 위험을 알리는 알람 시스템이 잘못된 경보를 울리면서 각종 이상 신체 반응이 생기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평소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 공황장애를 부른다는 속설은 반드시 옳지는 않다. 생물학적인 원인이 분명한 질환이기 때문에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라도 공황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불안감에 쉽게 빠지는 편이라면 공황장애 치료 후 경과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공황장애에는 보통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가 권유 된다. 약물치료는 공황장애로 인한 신체발작 증상 자체를 막아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쓰이는 약물은 항우울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교감신경차단제가 있다.
정신과에서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병이 왜 생긴 것인지, 치료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주는 교육을 치료의 시작으로 본다. 또한 ‘공황상태를 경험하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사고(思考)의 과장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습득하는 치료가 덧붙여진다.
강북삼성병원 오강섭 교수는 “보통 광장 공포증과 함께 오는 공황장애는 환자가 힘들어 하는 환경에 실제로 조금씩 노출시켜 가며 신체의 경보시스템을 정상화하는 훈련과 약물치료를 1년 정도 병행하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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