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하반기부터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중도금 집단대출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를 담보가 아니라 상환능력 위주로 바꾸면서 심사 기준을 강화한 것이지만 걱정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중도금 대출은 이미 분양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투기억제 효과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집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면 주택시장에 새로운 혼란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6억원 이하 아파트 입주자가 대부분 서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도금 대출이 막힐 경우 입주자들이 당할 피해도 매우 걱정스럽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금융감독당국과의 긴밀한 조율 아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이렇게 부동산 돈줄을 꽉 틀어막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경기 급락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최근 '2007년 금융리스크 분석'이라는 책자를 통해 주택가격 급락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화가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금융회사에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경고메시지로 이해되지만, 신중해야 할 감독당국이 자꾸 금융위기를 입에 담는 것 자체는 잘못 된 일이다.
비관적 전망이 실제로 위기를 부르는 자기 예언적(self-fulfiling) 효과를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런 위험성이 있다면 부동산 시장의 급랭을 가져올 추가적인 조치에는 신중해야 마땅하다.
가계대출 부실 개연성이 있으므로 신규 대출을 더 규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지나친 경색 자체가 위기를 확대 재생산할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만큼 새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정책이 가져올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중도금 DTI 규제 역시 시장상황에 따라 시행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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