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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프리가 만난 사람 - 드라마 '하얀 거탑'의 숨은 의사 주종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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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프리가 만난 사람 - 드라마 '하얀 거탑'의 숨은 의사 주종우 교수

입력
2007.02.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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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심박동계가 멈췄다. 의료진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150줄, 200줄, 360줄’ 이 정도면 심장이 다시 뛰어주기도 하련만 심박동계는 ‘삐’ 소리만 내뱉고 있다.

다급해진 의사는 환자의 가슴을 메스로 가르고, 손을 집어 넣어 심장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삑삑삑’ 드디어 환자의 심박동이 기계음을 타고 전해진다. MBC의 인기 드라마 <하얀 거탑> 의 시청자라면 이 첫 장면을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실제로 이런 일이 수술실에서 일어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물지만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에서 사람의 가슴에 메스를 대고, 심장을 주무르는 사람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일까. 물론 아니다. 늘씬한 다리, 출렁거리는 머리카락, 부끄럼 많은 여배우를 대신하는 섹스신 등 영상 매체에 수많은 대역이 동원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 의료 행위를 연기하는 대역이 있다.

물론 일반인이 아니다. 진짜 의사다. 단순히 손만 나오지만 의료 행위의 손 동작은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의사가 아니면 대역을 할 수 없다. 실제 의료 현장과 드라마 속 의료 현장을 왕복하는 대역 의사는 어떤 사람일까. 에피소드와 고민이 많을 듯했다.

<하얀 거탑> 속 손의 주인공인 순천향대 부천병원 외과(간담췌외과) 주종우(40) 교수를 만났다. 흡사 레옹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에 하얀 가운을 걸친 주 교수는 심장 마사지를 비롯해 잘 알려진 장준혁(김명민 분)과 노민국(차인표 분)의 수술배틀, 이주완(이정길 분)의 바느질 연습 장면에 등장하는 손의 주인이다. 실제로 수술실에서 직접 심장을 마사지해 두 명의 생명을 건진 외과 의사이기도 하다.

주 교수의 첫 출연은 심장 마사지 장면을 실감나게 연출하기 위한 대역이었다. 다행히 화면은 멋지게 만들어졌지만 2,000만 원짜리 인체모형의 갈비뼈를 부러뜨려 수리비 200만 원을 두고 제작진과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그가 첫 손가락에 꼽는 촬영 중 에피소드다. “김명민씨를 비롯해 대부분 배우들이 연습을 많이 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 해내지만 가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화면에 몇 초씩 등장합니다.” 서너 시간 찍은 연기가 화면 상에서는 몇 초간 후딱, 그것도 손만 출연하지만 드라마에 나온다는 것이 쑥스럽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하얀거탑 자문교수면서 손은 수술전문 대역이지만 그는 역시 외과의사다. 완쾌 확률이 극도로 낮은 환자였지만 수술 후 진료실 문을 열고 건강하게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단다.

이런 느낌은 마약과도 같이 그를 수술방으로 이끈다. 수술방 옆 휴게실에서 ‘자장떡’(불어서 비빌 수 없는 자장면, 외과의들은 흔히 젓가락으로 푹 찍어 통째 들고 먹는다)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메스를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소위 3D로 분류되는 간담췌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멋져보여서’가 그 답이다. 전공의 생활 중 만난 은사의 화려한 손놀림에 매료된 것. 그 손놀림을 배워 이제는 방송에 출연하기에 이르렀으니 새삼 ‘청출어람 청어람’이란 말이 떠오른다. 의사와 미술가 사이에서 고민했던 만큼 예술적 손놀림과 바느질 솜씨는 자타가 공인한다.

“흔히 최도영(이선균 분)을 가장 좋은 의사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당연히 의사로서 따라야 할 것이지만 의사의 우유부단함은 환자에게 치명적입니다”라며 의사로서 극중 인물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 위급한 상황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때문에 그는 장준혁과 최도영의 6:4 비율을 최적의 배합으로 제시했다.

그는 수술실과 진료실, 병동을 오가며 촬영장까지 들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바쁘다는 것은 그가 부인을 ‘생과부’로 표현하는 대목에서 한껏 드러났다. 사실 바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에 임상강사로 있을 당시 결혼해 신혼기간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나가는 그는 진정한 하숙생이었다. 바쁜 병원 생활에도 다행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과 8개월 된 딸을 뒀다.

오늘도 잰 걸음이지만 주교수는 보람 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는 두려움이 더욱 크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당신은 자문을 그렇게 밖에 못하냐”며 핀잔을 듣기 일쑤다. 의사집단이 정치집단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 하지만 그는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만 자문을 맡고 있을 뿐 내용 전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이 사실은 지면에 꼭 나가야 한다”고 부탁했다.

아울러 “제약회사로부터 돈 상자를 받거나 교수 부인회의 행태 등 사실과는 많이 다른 드라마의 내용을 보면서 의사로서 낯 뜨겁고, 혹시나 환자들이 의사를 등장인물과 착각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는 걱정도 함께 털어 놓으면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임을 강조했다.

역시 의사답게 주 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간담체외과 환자들에 대한 조언과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암을 앓고 있는 환자, 특히 대장암의 경우 간 전이가 잘 되는데 전이가 됐다고 포기해선 절대 안 된다. 적극적인 수술을 받은 사람들과 항암치료만 시행한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은 76:18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게 그의 당부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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