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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부자와 경로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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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부자와 경로수당

입력
2007.02.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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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새해가 밝자마자 동회로부터 편지가 왔다. 올해부터 경로 교통수당을 지급하겠으니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분기별로 3만 6,000원씩, 1년에 14만 4,000원을 준다고 한다. 이제 나도 국가가 보살피는 노령세대로 들어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국가의 보살핌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1인당 연 14만 4,000원이라면 받는 사람에겐 큰 돈이 아니지만 국가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노인인구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노인수당 액수도 점점 올려야 할 텐데, 1인당 얼마 하는 식의 단순 계산으로 돈을 나눠준다면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다.

● 부자에게 "구호미 주겠다" 코미디

65세 이상 전 인구에게 교통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예산의 낭비다. 여유있는 사람들에게 분기별 3만 6,000원이란 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재산과 소득을 분류하여 수령인구를 반으로 줄인다면 1인당 지원액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중산층 이상에는 교통수당을 없애고,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어려운 노인들에게 2인분을 몰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교통수당'이라는 명칭을 쓸 필요 없이 저소득 노인들에게 주는 경로연금과 통합하면 될 것이다.

친구들 모임에서 내가 이런 생각을 털어놓았더니 모두가 동의했다. 한 친구는 "본인이 원하면 다른 구좌로 돈을 보내준다"고 알려줬다. 그는 동회에 신청할 때 잘 아는 양로원의 구좌를 적었다고 한다. 교통수당에 자기 돈 얼마를 보태어 복지기관으로 보내고 있다는 친구도 있었다.

참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선의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은 있어도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거나 게을러서 미룰 수가 있다. 이런 일은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복지 예산을 집행할 때 좀 더 세밀하게 대상을 분류하여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가도록 해야 한다.

교통수당을 안 받을 사람들은 신청을 안 하면 된다는데 그렇다면 통지문에 그런 내용을 밝혀야 한다. 당신이 교통수당을 안 받으면 그만큼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다든지, 당신의 수당을 다른 복지기관에 보낼 수 있다든지 하는 친절한 안내가 있어야 한다.

그날 모임에서는 황당한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의 부자 동네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어느 해 연말 동회로부터 구호미를 받아가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매우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동회는 가장이 무직이고 무주택자라는 이유로 그 집을 구호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사실 그는 필요에 의해 그 지역에서 전세를 살고 있을 뿐 상당한 재산을 가진 부자였다. 부자에게 구호미라니 코미디다.

현재 노인들이 받는 혜택은 다양하다. 지하철 무임승차, 철도요금 할인, 고궁과 유료공원 무료입장 등 곳곳에 혜택이 쏠쏠하다. 이발소 미장원 식당 등에서 노인에게 할인을 해주는 곳도 있다.

어떤 미장원은 할머니들에게 1,000원만 받고 머리를 커트해준다고 한다. 노인에게 어울리는 옷들을 실비로 판매하는 옷가게도 있다고 한다. 제도적으로, 또는 개인의 선의에 의해서 노인에 대한 특별대우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 복지예산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지하철 무임승차가 노인들의 취미생활이 되었다고 흉보는 사람들이 있다. 무료한 시간을 줄이려고 지하철로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노인들이 많아서 낮시간에는 승객의 대부분이 노인이라고 한다. 지하철도 저소득 계층의 노인들에게만 무료승차의 혜택을 주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복지사회란 이제 선진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상당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다. 어떤 혜택이든 한번 주었던 것을 없애기는 어렵다.

시행하기 전에 대상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도움이 꼭 필요한 곳, 돈이 꼭 가야 할 곳을 지원해야 한다. 예산의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복지사회를 이루었다고 자랑할 수는 없다.

장명수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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