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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특수’ 올핸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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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특수’ 올핸 부활할까

입력
2007.02.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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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특수가 부활할까. ‘아카데미 시즌’이란 것이 있었다. 해마다 2, 3월이면 아카데미영화제 후보작과 수상작들이 국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4, 5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사라졌다. 지난해 작품상을 수상한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 처럼 흥행은 고사하고 심지어 제때 개봉조차 힘든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변화는 한국영화 강세와 무관하지 않다.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은 아카데미 수상작은 물론 전통적으로 여름시즌에 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주눅들게 만들었다.

지난 2년 흥행 톱10을 한국영화가 7편이나 연속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서적으로 밀착된 소재와 완성도를 높인 한국영화의 등장은 19~23세 여성의 한국영화 대 미국영화의 선호비율을 ‘7대1’(영화진흥위원회 2006년도 관객 조사)로까지 벌여놓았다.

그러나 올해는 조짐이 조금 다르다. 양(量)부터 틀리다. 시상식(26일)을 앞두고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일찌감치 국내 개봉에 대거 나섰다. <아포칼립토> <리틀 칠드런> <더 퀸> <아버지의 깃발> . 22일에는 <드림걸즈> 와 <바벨> 까지 선을 보인다.

질적으로도 예년과 다르다. 올해 아카데미는 작품 빈곤에 시달리고, 인권 등 지나치게 주제 의식에 빠진 지난 몇 년과 달리 비록 엄청난 테크놀로지를 자랑하는 대작은 없지만 다양한 소재, 스타 배우와 감독, 장르에 대중성을 놓치지 않은 연출을 보인 작품들을 후보작으로 풍성하게 골랐다.

물론 현재 결과로만 보면 ‘특수’의 부활은 여의치 않다. 1일 개봉한 <아포칼립토> 가 30만명을 채우지 못하고 내릴 기미이고, 설 연휴에 시작한 <아버지의 깃발> 과 <더 퀸> 도 주말 흥행 상위권을 모두 한국영화에 내주고 7, 10위에 머물렀다.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올해도 역시”라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여전히 한국영화 장악력과 선호도가 높고,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도 여전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반대 시각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영화시장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 지난해 과잉제작의 여파로 올해 한국영화 제작이 부진한데다, 지난해 ‘괴물’이후 뚜렷한 대작이나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 <그 놈 목소리> 가 체면을 세워주었지만 2월 이후에는 그나마 그 정도의 작품도 찾기 힘들어졌다.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전체 영화시장규모도 줄었고, 그 줄어든 파이를 작품성을 내세운 아카데미 수상작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느 쪽의 예상이 맞을지 알 수 없지만 한국영화로서는 분명 불안하고, 오랜만에 공세에 나선 할리우드로서는 새로운 기회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22일 개봉하는 <드림걸즈> 와 <바벨> 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

▲ 드림걸즈

엉덩이 들썩~ 신나는 뮤지컬 영화

브로드웨이 인기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드림걸즈> (감독 빌 콘돈)의 장점은 스피드이다. 영화 속의 노래 <캐딜락 카> 처럼, 라스베이거스 쇼를 보는 것처럼 빠르게 달리는 노래와 화면 속에 60년대 3인조 흑인그룹의 출세와 좌절, 사랑과 배신, 용서와 가족애, 세태 풍자를 흥겹게 담아냈다.

뮤지컬을 ‘대사를 단지 지루하고 시끄러운 노래로 대신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상상을 멋지게 부숴버리고 절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다. 흑인영화라는 약점도 에디 머피의 익살스런 연기와 춤, 비욘세 놀즈의 미모와 제니퍼 허드슨의 가창력, 제이미 폭스의 연기력으로 가뿐히 뛰어 넘었다. 아카데미가 6개 부문에서 8개 후보로 선택한 이유 역시 ‘흑인영화’에 대한 아카데미의 정치적 배려 때문은 결코 아니다.

▲ 바벨

브래드 피트 열연… 묵직한 주제 다뤄

브래드 피트의 억제된 내면 연기가 인상적인 <바벨> 은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6개 부문 후보작답게 ‘묵직’하다. 모로코 사막에서 울려 펴진 한발의 총성이 서로 이억 만리나 떨어진 4곳(미국, 모로코, 일본, 멕시코)에 있는 네 가족을 비극으로 몰고 간다.

그것을 인간소통의 문제로 연결시킨 <바벨> 의 매력은 긴장과 주제의 일관성. 무거운 주제일수록 더욱 영화적 긴장감과 치밀한 구성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아내리투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다. 그의 ‘마이다스의 손’이 수화까지 포함하면 6개 언어와 다국적 배우들까지 촘촘한 그물 안에서 하나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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