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하라”. 최근 계속된 지지율 추락으로 당황하고 있는 일본 정부ㆍ여당을 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총리의 훈수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20일 아베 정권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눈 앞의 일에 둔감해야하고, 둔감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며 “지지율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간사장,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충고다.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단에게도 “내각 지지율은 40%면 충분하다, 30%라도 충분하다”며 현 정권이 지지율에 초연할 것을 요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아베 총리의 정권운영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아베 정권이) 저항세력을 너무 배려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개혁은 끝이 없기 때문에 싸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사회의 첨예한 논쟁거리인 격차문제에 대해서는 “‘격차는 어떤 시대에도 있다’고 왜 똑부러지게 말하지 못하느냐”며 “격차 없는 사회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라고 주장했다.
정부ㆍ여당의 인사들은 훈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나카가와 간사장은 “정말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지적 그대로”라며 분발을 다짐했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다운 발언”이라며 “사람에 따라 둔감할 수 있는 힘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이즈미 총리의 훈수는 현재 어려움에 처한 아베 정권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임기만료로 자민당 총재와 총리직에서 물러난 고이즈미 총리는 그동안 일체의 정치적 언행을 자제해 왔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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