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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고립과 지적 빈곤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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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고립과 지적 빈곤의 대물림

입력
2007.02.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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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약하는 가정에서 자라느라 외식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메밀국수도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먹어보았다. 친구가 가자는 대로 전문점에 들어섰으니 메뉴는 그것밖에 없는데, 대나무 발에 놓인 국수 사리와 멀건 장국을 보며 도대체 어떻게 먹는 것인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소심한 성격에 묻지는 못하고 친구가 먹는 대로 따라하기까지 그 짧은 순간, 얼마나 진땀이 흘렀는지 모른다.

가난한 사람은 왜 계속 가난한가를 사회복지사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29년 전 일이 떠올랐다. 가난한 환경에서 가난한 사람들과만 어울리며 성장한 사람들은 중산층 사람들에는 일상적인 일도 난생 처음 겪는 게 된다.

교육까지 짧으면 배운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비유가 무슨 뜻인지를 모른다. 남들 보기에는 사소한 일이지만 당사자는 겪을 때마다 주눅이 든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섞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에서 탈출하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서울 강서방화자활후견기관 사회복지사인 김원중씨는 말했다.

● 가난한 사람, 섞여 살아야

2004년부터 대안운동을 취재한다며 빈민들의 자활후견사업을 많이 취재했다. 1998년부터 틀을 잡아온 정부의 빈민대책은 상당히 정교한 편이다. 가난하다고 무조건 지원하지 않고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일을 해야 생활비를 준다.

신체나 마음, 두뇌가 다 일할 능력이 되는데 기술이 없는 사람에게는 기술을 익히도록 해준다. 사회복지사가 동참해서 가난한 사람 몇 명을 모아 조그만 사업체를 꾸리게 해서는 기술도 배우면서 돈 버는 법을 깨우쳐 주는 것이 바로 자활후견사업이다.

3년 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인건비도 대주고 판매나 영업도 지원하고 그 후에는 독립해서 지원 없이도 살 수 있게끔 만들겠다는 제도이다.

그런데 자활후견사업을 취재해보면 사업이 부도나서 갑자기 빈곤에 떨어진 사람들이나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한 사회복지사들은, 그러니까 좀 살아봤거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지만 평생 못 배우고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시키는 일만 할 뿐 의욕이 없었다. 저래서야 기술을 아무리 가진들 과연 독립해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사회복지사 김씨는 2004년에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이 편하게 살도록 집안을 고쳐주는 사업을 자활후견사업으로 벌여 지난 해 두 명을 독립시켰다. 그 과정에서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에게는 사회교류 자체가 두려운 일이고 이것이 자활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을 발견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모두 생소하고 이 때문에 자신감이 없다. 중산층이나 상류층 고객을 대하면 주눅부터 드니 손님으로 대하는 요령도 모른다. 이 때문에 취업을 하기도, 사업을 하기도 힘들다.

가난한 사람만 상대해서는 돈을 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두 번째 사업체로 꾸민 목공소 '나무 이야기'에 중산층 사람들이 그냥 놀러 오는 것도 대환영이다. 자연스레 어울리는 법을 업체 사람들이 배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빈민에게 인문학 교육 필수

정부의 빈민지원정책은 정교해졌고 임대주택의 수혜 대상도 넓어졌는데도 왜 빈곤계층은 늘어나고 대물림 현상까지 나타날까. 임대주택 정책이 가난한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버려서 다른 계층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것을 막아온 데도 원인이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빈민을 한 군데로 집중시켜서 고립시키는 임대아파트를 계속 늘려가는 정책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빈곤의 악순환에만 기여하지 않을지 생각해볼 때이다.

둘째로는 교육받지 못한 빈민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시켜야 한다. 중산층의 대화에 아주 일상적으로 오르내리는 동화와 옛이야기, 역사와 인물, 철학적인 비유들을 가르쳐야 한다.

가난한 이들을 일상 속으로 끌어내는, 그래서 다같이 어울려 잘사는 빈민정책이 나와줄 때이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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