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등록금 인상 저지 법안’이 진통을 겪고 있다. 등록금을 물가 상승률의 1.5배 이상 올리는 대학은 교육부총리에게 사유서를 제출토록 한 열린우리당 법안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 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대학측은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등록금 해법을 놓고 여당과 정부 및 대학 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교육부는 21일 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2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심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대학이 등록금을 3년간 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이상 인상할 경우 사유서를 교육부에 내도록 하는 게 골자다. 등록금을 올리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출하라는 의미로 사실상 등록금 사전 심의 제도인 셈이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2% 정도인 사실을 감안하면 3% 선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법안은 또 교육부에 등록금 조정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등록금 1.5배 인상’ 타당성 여부를 심의토록 했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다수 대학들은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당장 올해만 해도 등록금 책정을 끝낸 대학들은 재학생 기준 6~9% 올리기로 했다. 고려대는 7.5%, 연세대 는 8.7%, 한양대는 6.85%의 인상률을 책정했다.
교육부는 법안의 본격 심의를 앞두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재정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면 다양화 및 특성화 등 대학 발전을 추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대학 구조개혁을 독려하는 마당에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조정심의위 설치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교육부 생각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등록금 책정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불만은 더 크다. 서울 J대 관계자는 “사유서 제출은 등록금을 올리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부산 A대의 한 교수는 “지난해 물가 인상률 2.2%를 반영하면 등록금을 4만원 정도 올리라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맞는 이야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이날 총학생회 계좌로 등록금을 입금토록하는 ‘등록금 민주납부’ 운동을 시작했다. 학교측과의 등록금 인상 협상(학교측은 재학생 기준 5.2% 인상 책정)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다. 학교측은 이에 대해 “신입생들은 대부분 등록금을 냈고 재학생도 곧 등록금 납부를 끝낼 것으로 보여 혼란만 부를 것”이라는 반응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