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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수술 필요한 '성형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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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수술 필요한 '성형 공화국'

입력
2007.02.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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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K대 2학년인 이모(20ㆍ여)씨는 낮에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과외를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올해 여름방학에 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21일 “남자 친구가 코가 낮고 치아가 고르지 못하다고 놀려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며 백화점에서 과외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2 지난해 연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성형외과 앞. 콧대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던 김모(30ㆍ여)씨가 “부실 의료 행위를 보상하라”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수술 뒤 붕대를 풀어보니 되려 코가 주저 앉았고, 6차례나 재수술을 받는 고역을 치루고도 자신의 본 얼굴을 영영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성형 부추기는 사회

21일 경희대 의상학과 엄현신씨의 박사학위 논문 <얼굴에 대한 미의식과 성형수술에 인식> 에 따르면 한국 여성에게 “미용을 위해 성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18세 이상 여성 8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 꼴(77.5%)로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미 1번 이상 성형수술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47.3%나 됐다. 25~29세 젊은 여성은 비율이 더 높아 81.5%가 수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61.5%는 수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형수술의 이유는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탓이 크다. 조사대상의 55%가 사람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요소 중 ‘내적인 면보다 외적인 면이 더 크다’고 답했고, 69.9%는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요인에 대해서는 얼굴(25.8%)과 몸매(18.6%)라는 대답이 마음씨(13.5 %)나 매너(10%)를 압도했다.

권수현 한국여성민우회 편집위원은 “성형수술 열풍은 예쁘기만 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며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또 다른 차별을 강요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얼굴 건 위험한 도박

성형 여성이 많아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각종 시비도 늘고 있다. 성형외과 350여 곳이 몰려 있어 ‘성형수술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는 의료 사고 피해자들의 민원성 시위가 곧잘 눈에 띤다.

성형 부작용에 대한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14일에는 성형 수술 전에 의사의 설명이 부족했다면 수술 과정에서 의사의 잘못이 없더라도 부작용에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올려진 수술 전, 후 비교 사진에 대해서도 과장 광고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꼭 성형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전문의를 찾을 것을 권하고 있다. 실제 강남구 성형외과 350여 곳 중 비전문의가 운영 중인 병원도 90개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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