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에 열린 박물관으로 탈바꿈하려는 계획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심이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아시아 각지의 문화를 적극 소개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 주 임시로 아시아팀을 발족시켰다. 올 하반기쯤 정식부서로 자리잡을 아시아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시아 관련 7개 전시실을 맡아 유물 구입과 전시, 연구와 교육, 국제 교류 협력 등을 전담한다.
이를 위해 중앙아시아 미술 전문가인 민병훈 팀장 아래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미술 전공자로 5명의 연구진을 갖췄다. 아시아 부문 강화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발표한 중장기 발전계획 ‘비전 2020’의 핵심 사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유물과 문화재만 있는 게 아니다. 전체 소장품 15만 점 중 4분의 1인 3만 7,000여 점이 아시아 지역의 것이다. 아시아관 6개실(동남아시아실, 중앙아시아실, 중국실, 낙랑실, 신안해저문화재실, 일본실)과 일본 학자의 기증품으로 꾸민 가네코실에서 소장품 일부를 전시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금의 용산 새 건물로 오기 전에는 이들 유물을 전시할 공간이 따로 없었다.
이 가운데 중앙아시아, 일본, 신안 해저 문화재 컬렉션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민병훈 아시아팀장의 설명이다. 일명 ‘오오타니 컬렉션’으로 알려진 중앙아시아 컬렉션은 100년 전 일본 승려 오오타니가 보낸 탐사대가 중국의 신장ㆍ위구르 지역에서 가져온 그림ㆍ조각ㆍ생활용품 등 1,522점.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있다가 해방 후 국내에 남은 이 컬렉션에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벽화가 많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시아 컬렉션 중 가장 많은 것은 신안 해저 유물. 작은 동전 등 소품을 포함해 2만 7,000점이 넘는다. 중국의 송ㆍ원대 유물이 대부분이며, 도자기가 특히 우수하다.
일본 컬렉션 1,461점은 1930년대 일제가 이왕가박물관에 소장했던 일본 근대미술품이 대부분이다. 일본화ㆍ서양화ㆍ조각ㆍ공예를 망라한 이 컬렉션 중 공예품은 일본에도 없는 당대 최고의 걸작들이 많다. 일제는 일본 문화의 우수성을 선전하려고 명품 중의 명품만 골라 가져와서 망국의 왕실 박물관에 두었던 것이다.
이 컬렉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양국에서 딱 한 번, 그것도 일부만 선보였다. 당시 이 전시를 본 일본인들은 자국 공예사의 공백을 채워줄 결정적 작품들이 한국에 남아있다는 사실과 그 작품들의 수준에 깜짝 놀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 가을 이 컬렉션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실에서는 자체 소장품이 아닌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을 전시 중이다.
반면 동남아시아실은 소장품이 200점 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해당 국가 박물관에서 유물을 빌려오는 특별전 형태로 꾸려갈 계획이다. 현재 이 방에서는 인도네시아 문화재 전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베트남 전을 할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아시아로 눈을 돌린 것은 문화적 다양성 차원에서 바람직한 변화다. 민병훈 아시아팀장은 “문화는 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주변 지역과 이웃 나라 문화를 알아야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아시아관의 본격 운영은 우리 문화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출발점이자 국립중앙박물관 사상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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