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걸려 온다. 별 용건도 없이 옛날 이야기를 풀어 놓더니 “꼭 한 번 만나자”며 과도한 친밀감을 표시한다. 대충 둘러대고 전화를 끊으면 2,3일 있다가 똑 같은 전화가 다시 걸려 온다.
요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 겪어 봤을 일이다. 십중팔구 다단계의 덫에 빠져든 친구의 전화다. YMCA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6명 가운데 1명이 다단계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
21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KBS 2TV <추적60분> 은 다단계에 빠져 ‘사라진 대학생’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 오전 5시 출근, 연중무휴, 피라미드 교육과 전화통화, 오후 5시 퇴근, 자취방에서 단체생활. <추적60분> 취재진이 지난 2달간 살펴본 다단계업체 판매원들의 생활모습이다. 추적60분> 추적60분>
판매원 대부분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 하루종일 달콤한 거짓말로 친구들을 끌어들이는 이들의 꿈은 오직 하나, 월 1,000만원을 벌어들이는 ‘다이아몬드’(최고 등급 다단계 판매원)가 되는 것이다.
박지영(가명)씨는 “방송국에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는 선배의 전화에 속아 다단계에 빠진 케이스. 판매원이 된 박씨는 거짓말을 더 잘하기 위해 비즈니스 시나리오라는 가상대화록까지 만들어 상급자들과 함께 연습을 한다. 광주에 사는 권찬영(가명)씨는 “서울에서 일자리를 잡았다”는 딸에게 전세금 1,200만원을 송금해 줬다. 그러나 전세계약서는 가짜였고 딸은 그 돈을 몽땅 다단계에 투자했다.
한번 빠져들면 경제적 파산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마저 파탄케 하는 달콤한 유혹, 대학생 다단계. <추적60분> 을 보면 그 수법과 실상을 낱낱이 알 수 있다. 추적60분>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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