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진보 진영 비판 여진이 확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겨냥한 글을 쓴데 이어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20일 최 교수를 비판하며 공개 토론까지 제안했다.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를 매도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그분”이라며 최 교수를 비판한 뒤 진보 세력 내부의 논쟁이 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조 전 수석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참여정부 실패, 정당한 평가입니까-최장집 교수께 드리는 공개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참여정부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낮은 지지도만으로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개체주의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회창 후보가 집권했으면 이 보다 더 잘했으리라는 근거가 있다면 참여정부가 실패한 것이지만 절대적 평가는 선거 공약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를 보는 것”이라면서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참여정부는 매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은 또 “지난 연말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복지 예산을 삭감했음에도 최 교수는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좋다고 말하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도 이날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을‘관념적 좌파’‘강단 좌파’‘살롱 좌파’등으로 규정한 뒤 “진보 세력도 관념적 좌파 이론으로부터 결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 윤승용 대변인도 “(노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논쟁의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 등 건전한 사회적 담론으로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보학계 인사들의 반응은 신중하다. 최 교수는 가급적 대응을 삼가고 있다.
최 교수의 관점에 동조하고 있는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이날 “대통령이 학자와 논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차치하고 학계는 학계대로 진보 진영이 발전할 수 있도록 보다 생산적인 논쟁을 할 수 있는 긍정적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노 대통령 발언 내용과 관련된 부분은 엄밀하게 공부해 차분하게 글로서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자 입장에서 정치적 성격이 짙은 논쟁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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