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들어본 에우리디체 중 최고였다.”
고음악계의 거장 르네 야콥스가 소프라노 임선혜(31)에게 건넨 말이다. “괜한 사탕발림이 아니라 정말 진심이다”고 까지 덧붙였다. 임선혜는 최근 야콥스의 지휘로 베를린 슈타츠오퍼에 올려진 몬테베르디 오페라 <오르페오> 에서 여주인공 에우리디체를 연기했다. 야콥스 뿐 아니라 현지 언론들도 “뮤즈와 같은 연기”라고 평했다. 오르페오>
하지만 함께 캐스팅됐던 카운터테너 이동규(29)는 아쉽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카운터테너 출신인 야콥스에게 발탁돼 한국인 카운터테너로는 처음으로 이 극장에 설 예정이었지만 공연 직전 심한 독감에 걸리는 바람에 출연을 포기한 것.
“나쁜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야콥스와 음악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새로운 것을 배웠어요.” 의외로 담담한 이동규에 비해 임선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리허설까지 같이 했는데 속상해요. 다음에 더 좋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어요.”
세계 무대에서 각광 받고 있는 한국인 성악가가 적지 않지만, 두 사람은 고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특히 임선혜는 야콥스를 비롯해 필립 헤레베헤, 윌리엄 크리스티, 지기스발트 쿠이켄 등 바로크 음악계 최고 권위자들과 오페라와 콘서트, 음반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올해도 야콥스와 함께 텔레만의 <소크라테스의 인내> 를 인스부르크 페스티벌과 베를린 등에서 공연하고, 파비오 비온디가 지휘하는 헨델 <메시아> 로 유럽 투어를 한다. 메시아> 소크라테스의>
흔치 않은 한국인 카운터테너인 이동규는 이탈리아 로마 뮤지카 사크라 성악 콩쿠르 1위, 스페인 프란시스코 비냐스 성악 콩쿠르 대상으로 주목 받았다.
<오르페오> 출연은 무산됐지만, 5월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공연되는 헨델 오페라 <라다미스토> 의 타이틀롤이 기다리고 있다. 6월에는 세계적 권위의 카디프 콩쿠르 결선을 치르고, 12월에는 칠레 산티아고 오페라에서 <피가로의 결혼> 의 케루비노를 한다. 케루비노는 원래 메조 소프라노가 맡는 역할이라 더욱 흥미롭다. 피가로의> 라다미스토> 오르페오>
이들은 2000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처음 만났다.
나란히 결선까지 오르면서 가까워진 이후 절친한 누나 동생으로, 음악적 동료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첫 눈에 누나의 독특한 재능을 알아봤어요. 3대 소프라노(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못지않게 될 거라고 확신해요.”(이동규) “평소의 동규씨는 너무 순수해서 소년 같아요.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누구보다 성숙하고 열정이 대단하죠.”(임선혜)
두 사람은 다음달 3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에 함께 선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여는 ‘러브 듀엣 콘서트’를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사랑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실제 관계가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나왔다. 임선혜는 “다른 남자였어도 그렇게 했을 걸요. 시집가야 하는데 그런 소문 나면 큰일나요”라며 웃었다.
이번에는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종교적 사랑을 노래한다.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 , 바흐의 <요한 수난곡> 과 <마태수난곡> , 모차르트의 <엑술타테 유빌라테> 등에서 유명한 작품들을 선별했다. (031)783-8000 엑술타테> 마태수난곡> 요한> 스타바트>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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