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과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이 흑인 표심을 두고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흑인이지만 정작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폭 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오바마 의원은 최근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인종적 정서’를 자극하고 나섰다. 반면, 18일 열린 뉴욕 흑인.푸에르토리코의원협회 연례회의에는 아직도 흑인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힐러리 의원을 대리해 연설에 나서는 등 아내를 위한 ‘흑인표 몰아주기’ 행보를 시작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흑인 소설가 토니 모리슨이 1998년 에세이에서 ‘첫 흑인 대통령’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그는 힐러리 의원이 흑인과 소수 민족유권자들의 표를 오바마 의원으로부터 빼앗아 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꼽힌다.
이날 연설에서도 참석자들은 그의 연설 도중 수 차례의 기립박수를 던지며 변치 않는 지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부지사는 이와 관련, “빌 클린턴은 소수민족 사회에서 해방자로 불리는 인물의 한 명”이라며 “그는 연설의 대가로 소수 민족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할렘의 다선 하원의원인 찰스 랑겔 의원도 “빌 클린턴은 흑인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높기도 하지만 백인 표도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는 대통령으로, 또 공무원으로 대중을 멋지게 설득하는 굉장한 연설가”라고 평했다.
한편 오바마 의원은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라플린대학 연설을 통해 최근 힐러리 의원 측에서 제기된 ‘흑인 불가론’을 정면 반박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역사의 전환기마다 등장하는 비관적 시각을 비판했다. 그는 “몇몇 사람들이 ‘우리는 이건 못해. 저것도 못해. 그러니 해보려 하지도 말아야 해’라고 말하곤 했다”며 “그러나 여러분이 나를 지지해준다면, 내가 여러분의 에너지, 참여, 약속과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면 나는 여기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하겠다”고 말해 2,000여 흑인 청중의 갈채를 받았다.
이에 앞서 힐러리 의원 측의 로버트 포드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최근 오바마 의원이 흑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내가 힐러리 의원을 지지하는 한 가지 이유는 오바마 의원의 대선 당선 가능성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 오바마 의원은 연설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흑인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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