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막판 뒤집기냐, 삼성의 선두 사수냐.’
프로배구 정규리그 1위를 놓고 벌이는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자존심 대결에 불꽃이 튄다.
현대캐피탈은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인 19일 서울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벌어진 중립경기에서 선두 삼성화재를 3-1(25-21 22-25 25-21 25-20)로 제압, 시즌 막판 치열한 선두다툼을 예고했다. 삼성화재를 상대로 3연패 뒤 2연승을 거둔 현대캐피탈(17승5패)은 정규리그 3연패를 위한 향한 불씨를 되살렸고,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삼성화재(17승4패)는 다 잡은 듯 보였던 정규리그 1위를 뺏길 위기에 놓였다.
두팀은 오는 3월11일 천안에서 2006~07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갖는다. 양팀이 대한항공, LIG 등을 모두 이기면 최종 맞대결 결과에 따라 정규리그 1위팀이 결정된다. 현대캐피탈이 최종전마저 이기면 두팀은 25승5패로 승점이 같아져 점수득실률(총득점÷총실점)로 우승팀을 가린다.
현대캐피탈이 24-20으로 앞선 4세트. 후인정이 과감한 후위공격으로 1시간47분의 혈투에 마침표를 찍자 하늘색 유니폼을 차려입은 현대캐피탈 응원단은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반면 흰색 유니폼을 입은 삼성화재 응원석에서는 탄식이 흘렀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 숀 루니(24점)는 3세트 이후 삼성화재 ‘괴물용병’ 레안드로(37점)와의 맞대결에서 모두 이기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루니와 함께 왼쪽 공격을 책임진 송인석(14점)은 성공률 52.17%의 순도 높은 공격과 함께 고비마다 레안드로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 승리의 주역이 됐다.
승부처였던 3세트 선취점을 절묘한 페인트 공격으로 따낸 송인석은 15-13에서 고희진과 최태웅의 더블 블로킹 위로 또다시 페인트 공격을 성공시켜 삼성화재의 얼을 빼놓았다. 송인석은 24-21로 앞선 상황에서 레안드로의 회심의 일격을 블로킹으로 떨어트려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승장 김호철 감독은 “정규리그 1위에는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패장 신치용 감독은 “현대캐피탈과의 6라운드 마지막 경기(3월11일)에 승부를 걸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미국 출장중인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은 승전보를 듣고서 “이러다 우리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며 기뻐했다.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는 상무가 한국전력을 3-1(26-24 25-23 26-28 25-21)로 격파했다. 3연패에서 탈출한 상무(2승20패)는 한전(3승19패)을 9연패에 빠트렸다. 여자부에서는 선두 흥국생명이 최하위 KT&G를 3-1(25-16 25-20 21-25 25-20)로 꺾었다. 이로써 11연승을 달린 흥국생명(16승2패)은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이날 올림픽 제2체육관에는 총 9,974명의 관중이 모여 프로배구 1일 최다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4월2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천안)에 모인 9,000명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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