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유치의 ‘재수생’ 평창의 ‘수능 점수’는 높았다. 당락은 ‘본고사’인 오는 7월4일 과테말라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판가름나겠지만 지난 14일부터 사흘동안 펼쳐진 평창 현지 실사에 대한 IOC 평가단의 채점은 ‘우수했다’는 평가다.
IOC 조사평가위원 16명을 대표한 이가야 지하루 단장은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창은 유치 신청 파일의 질이 높았고, 실사를 통해 수준 높은 프리젠테이션을 받았다. 평창 주민들 또한 대단한 열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로이터도 “IOC 평가단이 한국의 유치 활동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동계스포츠의 경쟁력과 일부 시설 보완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장점-밀집된 경기장 시설과 뜨거운 시민들의 열정
시설에 대한 IOC의 의문점은 대부분 해소됐다. 평창은 이번 실사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등 모든 경기장을 30분 거리 내에 배치하면서 기반 시설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평창과 강릉 등지에서 보여준 수천명 주민들의 환영 열기에 대해 이가야 위원장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함께 시민들의 열정은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을 치르기엔 평창의 인구(약 5만명)가 너무 적지 않느냐”는 일부 외신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에 “94년 대회를 훌륭히 치렀던 노르웨이의 릴리함메르의 인구는 불과 2만5,000여명이었다”고 받아쳤다.
이가야 단장은 “평창의 고도가 경쟁도시보다는 낮지만 북쪽에 위치해 있어 날씨도 춥고, 강설량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점-동계 스포츠의 수준과 경기장 접근성
평창의 약점으로 지적된 것은 한국의 동계 스포츠 수준이었다. 이가야 단장은 “개최국이 되려면 동계스포츠의 수준이 높아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일부 종목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달 벌어진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 10개를 따내며 종합대회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대부분의 금메달이 쇼트트랙에 편중됐다. 그나마 최근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스키, 아이스하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루지 등에선 세계수준과 큰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또 이가야 단장은 “대회전 슬로프로 가는 도로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승수 유치위원장은 “도로 재정비 계획은 이미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가야 위원장이 말을 아꼈지만 실사를 마친 뒤 ‘엑셀런트’라는 말을 두 차례나 했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쟁은 지금부터
안타깝게도 현지 실사는 IOC 총회의 개최지 투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IOC 평가단의 보고서는 단순히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는 것. 지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때도 평창은 잘츠부르크와 밴쿠버에 이어 현장실사에선 ‘꼴찌’였지만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지난 200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IOC 총회의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도 처음에는 파리가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IOC 위원들의 표심이 바뀌면서 런던이 ‘막판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IOC 위원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로비 활동을 벌였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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