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스페인의 아트페어(미술 견본시장) 아르코가 19일 끝났다. 올해로 26회, 30개국 272개 화랑이 와서 미술품 판매에 열을 올린 이 대형 장터를 지켜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페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아트페어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다.
아르코는 스페인의 국가 이미지 쇄신과 직결돼 있다. 프랑코 정권의 40년 독재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나라로 알려진 스페인의 이미지를 현대미술에 집중함으로써 새롭고 현대적인 나라로 바꾸려는 것이다. 아르코 첫 해인 1982년만 해도 스페인에서 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이나 아트센터는 5개 이하 였지만, 지금은 200군데가 넘는다.
많고 많은 아트페어 중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히려는 아르코의 전략은 국제화, 품질 관리, 그리고 컬렉션 강화다. 매년 전세계의 큰손 컬렉터 200명을 초청하고, 아르코재단을 비롯한 여러 문화기관, 은행,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미술품을 사들인다.
참여하는 화랑과 작가, 작품 선정에 까다롭게 구는 것은 품질 관리를 위한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남미 등 스페인어권 화랑이 몰리던 풍경도 유럽과 미국, 아시아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아르코와 비슷한 행사로 한국화랑협회가 매년 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있다. KIAF의 목표는 현대미술의 아시아 허브가 되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 전략이 없다. 아르코 현장에서 만난 한 독일 화랑 대표는 "지난해 KIAF에 가봤더니 화랑과 작품 수준이 들쭉날쭉하더라"며 "좀더 엄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외국의 좋은 화랑을 더 많이 부르고 싶어도 한국 화랑들이 자리 다툼으로 하도 성화를 하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서는 동네 장사밖에 더 되겠나. 아르코에서 한 수 배워야겠다.
오미환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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