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 총책으로 지목돼 투옥됐던 백태웅(44) 변호사가 캐나다 유일의 한인 법학 교수로 변신했다.
사노맹 중앙상임위원장으로 1992년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그는 현재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법학대학원(로스쿨)에서 한국법 및 '아시아의 법과 인권' 정규 강의를 맡고 있다.
19일 캐나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그는 최근 토론토 메트로홀에서 열린 한인 법대생 컨퍼런스에 초청 연사로 참석, 한국 근대사와 발전과정 및 한국ㆍ캐나다 관계 등을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법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던 암흑기를 거쳐 각국 변호사들이 한국 법조계에 뛰어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를 소개하고 한국계 캐나다 변호사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연했다.
그는 투옥 당시에 대해 "그때의 경험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며 "직업에 대해 근심할 겨를도 없이 24시간 교도소에서 독서에만 매달렸다"고 회고했다.
99년 사면복권 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노트르담대 로스쿨을 졸업,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동아시아법학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UBC로부터 한국법학 강의 제의를 받고 밴쿠버로 향했다.
그는 강연에서 "누구나 순간 순간의 선택에 고심해야 한다. 나 역시 태어날 때부터 운동가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사회에 필요하다고 믿었던 일을 선택했을 뿐이었고 지금도 당시의 일에 대해 자랑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법학 연구 및 강의를 위한 석좌교수 기금 지원방안 등을 UBC측과 논의하고 있다는 그는 "UBC에 한국법학을 정착시킨 후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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